전남 곡성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군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곡성 좋은예산연구모임
지방자치단체장 뿐 아니라 지방의원들의 예산 씀씀이도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곡성 좋은예산연구모임(이하 곡성예산모임)은 최근 곡성군의회의 2016년분 업무추진비와 차량운행비 집행내역을 분석해 공개했다. 의원이 7명인 군의회가 한해 지출한 업무추진비는 의장이 1702만원, 부의장이 1155만원이었다. 이 중 식사 겸 간담회에 쓴 비용이 의장은 93%, 부의장은 72%를 차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인원과 명단은 두 차례의 요구에도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
업무추진비는 전반적으로 증빙이 허술했다. 의장은 2016년 3월25일 오후 2시53분 곡성읍 한 식당에서 사회단체장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13만5000원을 결제했다. 이어 10분 뒤인 이날 오후 3시3분에도 이곳에서 5㎞ 떨어진 고달면 다른 식당에서 의원들과 함께 33만6000원어치 점심을 먹었다. 두 곳 중 한 곳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관용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쓰거나 기름값을 부풀린 의혹도 제기됐다. 군의회는 의장차로 2656㏄, 의원차로 2199㏄ 승용차를 두고 기사와 기름을 지원하고 있다. 의장차는 주말에 고흥 광주 등에서 열린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한 기록이 3차례 나왔다.
의원차는 한해 43차례 출장한 것으로 운행일지에 기록됐지만, 아무런 운행 근거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납부한 사례가 63차례나 될 정도로 관리가 엉망이었다. 의원차는 도로 연장이 200㎞ 안팎인 관내 출장인데도 운행거리를 600~800㎞로 기록해 기름값을 받았다. 의원차는 같은 장소, 같은 행사에 참석해도 군수차나 의장차보다 운행거리가 통상 2배가량 길었다. 같은 해 5월 경남 거창에서 열린 체육대회 출장 거리는 군수차가 232㎞, 의원차가 686㎞로 각각 기록됐다.
김영희 곡성예산모임 대표는 “지난해 10월 집행부 예산을 살핀 뒤 넉 달 동안 군의회 쪽을 들여다봤다. 예산을 적절하게 쓰는지 감시해야 하는 군의회의 집행내용이 더 허술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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