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가 중국으로부터 기증받아 지난해 의정부역 광장에 설치한 안중근 동상을 둘러싸고 안병용 시장과 지역 시민단체가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중국에서 제작돼 경기도 의정부시에 기증된 것으로 알려진 안중근 동상을 둘러싼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시민단체인 ‘버드나무 포럼’ 사이의 진실 공방이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안중근 동상이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 조형물’이라고 주장해온 버드나무 포럼은 지난달 18일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안병용 시장을 의정부지검에 추가 고발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안 시장이 버드나무 포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자료로 대외비 문서와 의정부시 공문서 등을 제출해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안 시장이 지난해 12월28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고도 시가 소송 당사자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발표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버드나무 포럼은 지난해 12월 12∼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안 시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시 담당 직원을 각각 검찰에 고발하고 불법조형물 철거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는 등 안 시장과 의정부시를 상대로 3건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영준 버드나무 포럼 대표는 “안중근 동상 기증 협약서에 안 시장이 교수로 있던 신한대에 중국 유학생을 유치하도록 특혜를 주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기증 과정에서 대가성이 의심된다. 또 담당 공무원들은 민원인의 동상 관련 질의에 허위사실을 문서로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안 시장은 지난해 12월27일 버드나무 포럼 대표와 회원, 인터넷 언론 대표와 기자 등 7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맞고소하고, 이들을 상대로 총 1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함께 제기했다. 애초 안 시장은 시 대표 자격으로 고소를 검토했으나 지방자치단체는 명예훼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례에 따라 개인 자격으로 고소장을 냈다. 검찰은 최근 안 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에게 수사 개시를 통보했으며, 민사소송 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2.5m 높이의 청동으로 제작된 안중근 동상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려고 달려가면서 품 안에서 총을 꺼내는 형상이 담겼으며, 지난해 8월 의정부역 광장에 설치됐다. 중국 내 유력 민간단체이면서 준공공기관 성격인 차하얼학회가 쌍둥이 동상을 만들어 한 개를 의정부시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드나무 포럼은 차하얼학회가 안중근 의사 동상을 의정부시에 기증해 설치하려면 관련 법률과 조례에 따라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의정부시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동상이 불법 조형물이라고 주장해왔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