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명소로 부상한 이바구길 보고만 가는 관광객 묵어가도록
부산시와 구청이 빈집 4채를 사들여 도시민박집으로 개조
부산항 전경 내려보다는 풍경 일품…문화 입힌 시설도 만족감
마을주민과 청년 일자리를 창출…수익 부족해 애로
부산시와 구청이 빈집 4채를 사들여 도시민박집으로 개조
부산항 전경 내려보다는 풍경 일품…문화 입힌 시설도 만족감
마을주민과 청년 일자리를 창출…수익 부족해 애로
부산역에서 서쪽으로 30여분 걸어 올라가면 산 중턱에 산복도로(망양로)가 나온다. 망양로는 산비탈이었다.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 길을 따라 낡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계기로 부산을 찾은 사람들이 살 곳이 마땅치 않자 하나둘 모여들었다. 철판과 나무로 집을 짓기 시작했고 마을을 이뤘다. 주거환경은 열악했다. 상·하수시설이 없어 공동우물을 사용했다. 번갈아 물이 가득찬 물통을 들고 가파른 언덕을 오갔다. 겨울엔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1980~90년대부터 젊은이들이 하나둘 마을을 떠나면서 빈집이 생겼다. 갈 곳 없는 노인들만 남았고 동네는 을씨년스러웠다. 부산시는 2011년부터 유치환·장기려·김민부 등 산복도로 마을에서 태어났거나 활동한 인물을 소개하고 조명하는 명소를 만들었다. 산복도로 서민의 삶을 재현하는 시설과 스토리를 만들었다.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이 해설사로 나서면서 일자리도 생겼다. 부산시와 동구는 부산역에서 출발해 산복도로 마을과 문화를 돌아보는 ‘이바구’(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길을 만들었다.
아쉬움도 있었다. 관광객이 둘러만 보고 가는 것이었다. 부산시와 동구는 이바구길을 찾는 이들이 하룻밤 묵어가도록 도시민박집을 만들기로 했다. 2015년 빈집 4채를 5억원에 사들였고 20억원을 들여 내부 공사를 했다. 2016년 8월 이바구캠프라는 간판을 달고 손님을 맞았다.
지난 2일 이바구캠프를 찾았다. 구봉산 자락 100여가구 가운데 색깔이 유독 다른 집들이 보였다. 물이 가득한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아낙네 등이 그려진 담벼락이 눈에 들어왔다. 수돗물이 들어오지 않던 시절 생명수 구실을 했던 공동우물도 보였다.
예약 접수를 확인하고 직원을 따라 숙소인 게스트하우스로 올라갔다. 골목길을 따라 걷는데 벽에 내걸린 사진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1960~90년대 산복도로 모습과 주민 생활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이었다. 젊은 예술인이 작업하는 공간도 있었다. 단순히 잠만 자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예술촌을 방문하는 느낌이었다.
이바구캠프의 가장 큰 강점은 부산항이 훤히 보인다는 것이다. 밤에 부산항 앞바다와 바다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남구 감만동과 영도구를 이어주는 부산항대교 불빛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다. 건물 4채의 옥상엔 텐트에서 잘 수 있는 글램핑과 바비큐 시설도 있었다. 망양로와 가장 가까운 첫 번째 건물인 멀티센터 1층에선 20여명이 부산항을 바라보며 회의를 할 수 있고 커피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주방을 사용해 요리도 가능했다.
다음날 아침 밥상이 나왔다. 1인분에 7000원(평일은 5000원)이었는데 마을기업 아주머니들이 정성껏 차린 밥상이었다. 반찬 가짓수는 둘째치고 오곡밥에 북어국만으로도 집에서 먹는 그 맛이었다.
이바구캠프는 마을주민 20여명이 설립한 마을기업이 운영한다. 청년활동가 6명이 기획을 하고 투숙객 모집을 위한 홍보를 한다. 이바구캠프 수익이 궁금했다. 마을기업의 아주머니 4명은 다달이 3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용돈 수준이지만 아주머니들은 싱글벙글했다. 침체된 마을이 활기에 넘치고 주민과 매일 만나 함께 일하는 것만이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박은진 이바구캠프 대표는 “이바구캠프는 재정을 지원받지 않고 자립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직은 청년 활동가들의 급여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숙박요금은 단체 온돌방은 주말 18만원(6명 기준), 평일 12만원이다. 가족이 머무르는 패밀리룸은 주말 9만원, 평일 7만원이다. 동구 주민은 평일 50%, 주말 20%를 깎아주지만 외지인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박 대표는 “숙박요금을 내리면 손님이 더 올 수도 있겠지만 4채를 운영하다보니 기본 운영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자치단체가 한시적이라도 인건비 등 운영비를 지원하면 숙박료가 내려가서 더 많은 이용객이 찾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세환 동구 창조도시추진단장은 “체험프로그램 공모사업 등을 통해 운영비 지원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 동구 이바구캠프 들머리는 문화로 단장했다.
부산 동구의 도시민박(게스트하우스)인 이바구캠프에서는 부산항이 내려다 보인다. 밤엔 부산항대교의 불빛이 감탄을 자아낸다.
부산 산복도로 걷기코스의 하나인 168계단.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은 주민들은 이 계단을 이용해 집까지 운반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힘든 사람은 2016년 5월 완공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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