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9월 경기도 고양시 서울외곽순환도로 고양나들목에서 고양시 직원들이 “너무 억울합니다. 통행료 차별”이라는 펼침막을 들고 통행료 인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달 승용차를 운전해 경기 고양시에서 강원도 춘천시 부모님댁을 다녀온 고양시민 변아무개(49)씨는 왕복 통행료만 2만3200원을 냈다. 100㎞에 못 미치는 거리지만 통행료가 비싼 것은 변씨가 운행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과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모두 민자도로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외곽순환로 북부구간의 통행료는 승용차 기준 4800원으로 한국도로공사 기준 요금의 1.7배이며, 서울-춘천 구간(6800원)은 무려 1.8배에 달한다. 다음달부터는 변씨의 통행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2018년 업무계획’을 통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과 서울-춘천 고속도로, 수원-광명 고속도로 등 민자고속도로 3개 노선의 통행료 인하 계획을 밝혔다. 서울외곽순환로 북부구간과 서울-춘천 구간은 3월부터, 수원-광명 구간은 4월부터 인하가 단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서울외곽순환로 북부구간은 ‘기간연장+투자자 변경’ 방식으로 통행료 인하가 추진된다. 새로운 투자자가 통행료 차액을 보전해 통행료를 내린 뒤, 기존 사업자의 협약기간이 종료되는 2036년 이후 20년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기재부·지자체·국회 등과 협의를 거쳐 이같은 방침을 결정한 뒤, 신규투자자 모집을 통해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기업은행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통행료 인하가 단행되기까지 민간투자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인하 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반 고속도로 통행료와 격차가 최대한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을 축으로 경기 남부와 북부를 잇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1988년 착공해 2007년 12월 전면 개통됐다. 애초 국가재정사업으로 실시설계를 마쳤지만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자사업으로 전환됐다. 이 도로는 ㎞당 요금(132.2원)이 국가 재정으로 건설된 남부구간(김포~구리, 50.2원)보다 2.6배나 비싸게 책정돼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기북부의 차별 문제,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주민들의 큰 반발을 샀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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