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11일 마이클 빌스 주한 미 8군사령관(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영평사격장 피해대책 마련을 위한 주민 간담회에서 주민 안전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국방부가 잇단 사고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는 미 8군 종합훈련장인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에 대해 “사격장 이전과 주민 이주를 포함한 근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1일 포천시 영북면사무소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 “(미군 사격장이어서) 폐쇄를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전제한 뒤 “사격장의 이전, 주민 이주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영평사격장 내부와 사격장 유탄이 떨어진 한국군 19전차대대 등을 둘러본 결과 현재 진행 중인 미군 쪽의 안전 대책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시간과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기다려달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장관이 영평사격장을 찾아 주민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마이클 빌스 주한 미 8군사령관은 “사격장 내 사격 방향을 변경해 민가에 도비탄(발사된 탄환이 딱딱한 물체와 충돌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사격장 내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암석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또 문제의 12.7㎜ 탄환의 경우 사거리가 축소된 ‘축사탄’을 사용해 사격장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헬기 사격훈련은 다른 사격장 사용 등 대책을 내놨다. 미군은 지난달 3일부터 사격 훈련을 중단한 채 안전 대책을 마련 중이다.
경기도 포천 영평사격장 피해대책 마련을 위한 주민 간담회가 지난 11일 오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마이클 빌스 주한 미 8군사령관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천시 영북면사무소에서 열렸다. 경기도 제공
그러나 포천 주민들은 64년간 사용한 이 사격장의 이전 또는 폐쇄를 요구했다. 이길연 ‘포천 군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미군은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 대책을 내놨으나 사고가 반복됐다. 사격장 이전 또는 폐쇄가 어려우면 주민을 집단 이주시켜 달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말 주민대책위 출범 뒤 3년간 확인된 도비탄 사고만 16차례”라며 “총리실 산하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초 영평사격장에서 미군이 발사한 기관총탄 20여 발이 인근 한국군 전차대대에서 발견되는 등 유사 사고가 재발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포천시 영중·창수·영북면 일대 1322만㎡ 규모의 영평사격장은 1953년부터 시작해 연간 300일 가까이 미군의 박격포, 전차, 헬기 등 사격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사격장 반경 5㎞ 안에는 주민 2350가구 8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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