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광주 광산구 하남주공영구임대아파트단지 내 하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솥밥 카페 개소식이 열렸다. 광산구 제공
“저녁에 혼자 먹지 않아 좋은데요.”
광주 광산구 우산동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김안식(56·지체장애1급)씨는 요즘 저녁 반찬 걱정을 덜게 됐다. 1992년 39.7㎡(12평) 규모의 아파트에 입주한 그는 다른 가족이 없이 혼자 생활하고 있다. 아침은 혼자 먹고, 점심은 활동지원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하지만 저녁이 다가오면 ‘무엇을 해 먹을까?’라고 고민하다가 대충 후다닥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그런 그에게도 ‘저녁 있는 삶’이 찾아왔다. 하남주공영구임대아파트단지 안 하남종합사회복지관에 ‘저녁 밥집’이 생겼다. ‘한솥밥 카페’는 이 아파트 단지 안 하남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새로 마련한 마을 공동식당이다. 홀로 사는 노인, 어린이, 장애인에게 월~금요일 따뜻한 저녁밥을 1500원에 제공한다. 김씨는 “친한 이웃과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함께 식사한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솥밥 카페는 광산구와 하남종합사회복지관이 주관하는 ‘상상(相相)마을 프로젝트’의 하나다. 천경미 광산구 공동체복지팀장은 “복지관 활동가와 각 분야 전문가가 2016년 6월 만든 티에프(TF)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하남주공영구임대아파트단지 1884가구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는 63%이고, 1인 가구는 70%에 이른다. 광산구는 기존 경로식당을 카페 수준급 식당으로 재단장해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영을 하다가 9일 문을 열었다. 사업비는 광산구가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특별교부세로 지원됐다.
한솥밥 카페가 생긴 뒤 아파트 안엔 온기가 흐르고 있다. 하루 평균 60여명이 이용한다. 구가 지원해주는 1명에 2000원씩 밥값을 보태 3500원짜리 식단을 짠다. 한솥밥 카페엔 프로젝트 운영자, 돌봄활동가, 조리사 등 6명이 채용돼 일자리도 늘렸다. 박종민(50) 하남종합사회복지관장은 “밥 힘이 엄청나더라. 단순히 밥 한 끼가 아니라, 사람이 마을식당에서 온기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며 “밥값 1500원을 받으니까 다들 당당하게 저녁 식사를 하신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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