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김아무개씨가 지난 18일 새벽 페이스북에 미투운동 해시태그와 함께 써올린 피해사례 폭로 글. 김아무개씨 페이스북 글 일부 갈무리
김아무개(26·여)씨가 11년 전 극단 번작이 청소년단원으로 활동할 때 극단 대표 조증윤(50)씨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당했던 사실을 지난 18일 새벽 페이스북에 미투 운동 해시태그(#me too)를 붙여 써 올린 이후, 자신도 조씨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추가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르고, 이들에게 힘을 보태는 격려도 쏟아지고 있다.
13년 전 중학생 때부터 20살 때까지 극단 번작이에서 활동했다는 한 여성은 21일 페이스북에 조씨뿐만 아니라 함께 활동하던 남자 선배들에게도 성추행당했다고 써 올렸다. 그는 “극단 번작이와 관련된 피해자들은 모두 학교 동아리와 연결돼 있다. 학교는 또 다른 가해자인 셈이다. 학교는 깊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며 학교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는 많은 학생이 외부강사인 조씨에게 연극을 배우러 갔다가 성폭행당했는데도 이를 방치한 학교에 책임을 물었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김씨의 한 후배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고등학생 단원으로 활동하던 18살 때 차 안, 무대 위, 대표실 등에서 조씨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조씨에 대한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의) 영구제명만이 문제가 아니다. 김해 극단의 또 다른 피해자가 여기 있고, 분명 나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분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씨의 또 다른 후배인 ㅅ씨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2016년 극단 번작이에서 활동하던 당시 겪었던 일을 써 올리고, “별것 아니라 생각하신다면 당신 또한 방관자입니다. 그러니 저 또한 목소리를 내고 함께 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13년 전 연극부 1기로 활동했다는 ㄱ씨는 “이 일이 조 대표 하나 정리되고 없어진다고 다가 아니다. 그의 자리에 앉을 또 다른 조 대표들이 그 극단에 있으니 말이다. 오래 머물고 있는 남자배우, 스텝들. 알면서도 방관한 그들 모두 가해자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남경찰청은 21일 “조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현재까지 2명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중 1명의 피해자 진술을 받았다. 피해 사실을 처음 폭로한 김씨의 진술도 가능한 이른 시일에 받기로 하고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남아있어, 조씨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피해자 김씨는 “사람만 달랐지, 수법과 행동과 말까지 피해 양상이 모두 똑같다. 이번 기회에 정말 뿌리 뽑아야 한다”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조씨와 싸울” 뜻을 단호히 밝혔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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