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의 군인 ‘외출·외박구역 제한 제도 폐지’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화천군청 제공
군인들의 외출·외박구역 제한 제도 일명 ‘위수지역’ 폐지를 놓고 뜨겁게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인과 가족, 전역자 등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은 반대투쟁위원회를 꾸리기로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접경지역 파멸을 초래하는 위수지역 폐지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천 옹진·강화군, 경기 김포시·파주시·연천군,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군 등 접경지역 10개 시·군이 총출동했다.
문제는 지난 21일 국방부가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군인들의 ‘외출·외박구역 제한 제도’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군인은 외출·외박을 나가더라도 1~2시간 안에 부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허가된 지역에만 머물러야 했다. 긴급 상황을 대비한 조처였지만 장병들은 군부대 인근 바가지 물가와 불친절 등을 참아내야 했다.
이 탓에 군인 외출·외박구역 제한 제도는 청와대 국민청원·제안에도 여러 번 주제로 올랐다. 특히 지난 3일 강원 화천의 한 모텔에서 숙박하던 사병을 난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모텔 주인이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26일 현재 2084명이 위수지역 확대에 동의하는 등 공감을 얻고 있다.
반면 접경지역 주민들은 외출·외박 시 군 장병의 단골 민원인 낡은 시설과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이 모두 접경지역 주민들의 탓인 것처럼 비쳐 ‘적폐’로 취급되는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우리도 군 장병이 외출·외박 시 좋은 문화시설에서 즐기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기반시설이 들어서지 못한 이유는 정부가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접경지역에 쳐 놓은 규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문순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장(화천군수)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접경지역은 군과 함께 발전하는 지역이 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다짐한다. 일단 계획을 철회하고 이른 시일 안에 민과 군의 상생을 공동 의제로 올려놓고 최선을 방법을 함께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