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 있는 향토극장 만경관에 4월30일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남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극장인 대구 만경관이 96년 만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경관은 최근 누리집 등을 통해 “4월30일을 마지막으로 만경관 영업이 종료됨을 알린다. 그동안 만경관을 찾아주시고 이용해주신 모든 고객님들께 감사 드린다”고 알렸다. 앞으로 만경관 건물 인수자가 만경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화관을 계속 운영하지 않는 이상 만경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만경관은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조선인들이 돈을 모아 만든 극장으로, 1990년대 후반까지 대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극장이었다. 원래 대구 중부경찰서 북동쪽인 향촌동 48번지에 세웠는데, 이후 360m 떨어진 중부경찰서 남쪽 지금의 자리(종로1가 29-4)로 옮겼다. 6·25전쟁 때는 피난민 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1999년 만경관 2관은 대구 영화관 중 유일하게 한국 영화를 200일 이상 상영해 스크린쿼터 감시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2002년에는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복합상영관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영화관을 보수하면서 상영관을 줄였다. 그 사이 한일극장, 자유극장, 아카데미극장 등 대구의 다른 향토극장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만경관이 문을 닫는 것은 영업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에는 2000년 후반부터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곳곳에 생겼다. 만경관은 2016년부터 관람객이 크게 줄며 어려움을 겪었다. <한겨레>는 폐업의 구체적 이유를 듣기 위해 만경관 쪽에 연락했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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