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대나무숲에 글 올라…2013년 강의 당시 상황 공개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북지역 인권단체까지 번졌다.
전북지역 인권단체 소속 활동가의 대학강사 때 피해를 입었다는 익명의 제보자는, 지난 2일 오후 9시58분 페이스북 ‘전북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2013년 자신이 겪은 피해를 알렸다. 그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여러분에게 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아주 오래된 다이어리를 펼쳤다”며 글을 시작했다.
작성자는 “2013년 1학기 수업을 들었다. 당시 저는 비정부단체(NGO)에 관심이 많았고 진로도 그쪽으로 기울고 있었기에 인권단체 대표를 맡고 있던 그 강사가 참 멋진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느낌이 달라지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그 강사는 길을 걸으면서 내 손을 잡았고, 워크숍에 함께 가자면서 ‘방은 하나 잡고 안아주면 되지’라고 말했다. 맥락상 사제간에 안아준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수업이후에는 황급히 자리를 뜨곤 했고, 수업에 들어가면 스트레스로 눈이 부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어떤 전화연락도 무시했다. 강사님은 성적 전날, 전화를 해 ‘내가 너 성적 뭐 줬을 것 같냐’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가해자가 이를 부인하면) 당시 상황을 기록한 다이어리와 문자메시지, 통화녹음, 지인의 증언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글이 게시되자 여러 학생은 “나도 해당 강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며 동조했다. 한 동조자는 “내가 예전에 말한, 대학생때 나랑 같은 아파트 산다고 맨날 불러내서 손잡고 집앞 산책하고, 자기친구랑 술먹을 때 나 부르고, 조수석에 타면 맨날 손잡고 갔던 그 사람”이라고 적었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은 4일 “(2016년 12월 발생한) ‘전북도청 전 인권팀장 성폭력사건’ 가해자가 그 이전에도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성추행했음이 폭로됐다. 그런데도 검찰은 전 인권팀장 성폭력사건을 무혐의 처분했고, 그 사건 피해자가 지난해 7월 재정신청을 접수했지만 법원은 아직 수용하지 않고 있다. 미투를 지지하며 유사한 피해사례 제보·고발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해당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이슈한국판 #미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