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활동 업적을 새로 인정받은 분들이 편히 눈을 감으실 것입니다.”
최근 책 <가장 치열했던 한말 전북의병사>를 펴낸 이강안(68) 광복회 전북지부장의 소감이다. 독립유공자 16명을 배출한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2016년 2월부터 광복회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다. 공무원 출신인 그는 사단법인 한국고전문화연구원과 함께, 전북도의 지원을 받아 전북지역 의병들과 그 행적을 총망라한 책을 엮었다. 이 작업엔 전주대 김건우·변주승 교수 등 모두 15명이 참여했다.
“기록을 보면 전북에서 1만5천명가량이 한말 의병으로 참여했는데, 민초들은 많이 빠져 있고 의병장 등 중요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연구 작업이 부족해서죠. 무명 의병들의 명예를 찾아주고 싶었어요.”
연구진은 한국 독립운동사 등 공식자료뿐만 아니라 개인문집까지 모두 60여개 자료를 뒤졌다. 그 결과 약 4500명이 모아졌다. 그동안 전북지역에서 공훈을 인정받은 의병운동 참가자 421명에다, 상업을 하다 참여한 김법윤과 대장장이 출신 박영춘 등 새로 831명을 발굴해 1252명으로 정리했다. “1908년 후반기부터 1909년 전반기까지 전북에서 의병과 일본군과의 교전이 492회나 벌어졌어요.”
힘든 점도 있었다. 자료 확보가 어려운데다 한문 해석도 쉽지 않았다. 일본이 의병을 폭도로 규정하고 기록한 <폭도에 관한 편책>과 같은 자료집이 번역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었다. “내년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만큼, 더 많은 무명 의병을 찾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편책 번역 작업 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병사 연구를 위해 한문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달 연구조사 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광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새로 발견된 의병들은 이름없이 일제에 맞섰던 민초에서 비로소 후손들에게 알려질 이름을 갖게 됐다. 기록이 부족한 상황을 타파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앞으로 전북 의병 참가자의 신원 회복 등을 계속하고,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있는 의병 참가자의 자료 오류도 점검할 계획이다.
전주/글·사진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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