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고은 시인이 수원 지동의 벽화골목에 자작시를 써넣던 모습. 수원시 지동주민센터는 7일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고은 시인의 시를 철거했다. 수원시 자료 사진
한때는 고은 시인 모시기 경쟁을 하던 경기 수원시와 전북 군산시가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뒤 고 시인의 흔적을 지우라는 시민들의 요구로 홍역을 앓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7일 오전 팔달구 지동 벽화 골목에 있던 고 시인의 시 ‘지동에 오면’을 철거했다. 벽화 골목은 5년 전인 2013년 지동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30여명의 수원 거주 시인들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당시 고은 시인도 직접 참여해 벽에 자작시를 남겼다. 지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뒤 2월 말 주민 회의에서 고 시인의 벽시 철거를 요구해 오늘 철거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 안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면서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고은 시인이 헌정한 시 ‘꽃봉오리채’가 담긴 돌판도 지역 여성·시민 단체들의 요구로 철거됐다. 수원시는 앞서 고은 문학관 부지를 제공하려던 계획을 포기한 데 이어 올해 6천만원을 들여 등단 60년을 맞은 고은 시인의 문학제를 열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군산시는 근대문화유산이 밀집한 시간여행마을에 시인의 작품을 주제로 테마거리를 조성했고, 거리 양쪽 건물에는 고은의 시문구와 그림 등으로 새긴 아트월이 있는데 성추행 의혹 제기 뒤 시민의 철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군산시 제공
2013년 이사온 수원시가 현재 주거지와 작업실이라면 군산시는 고은 시인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군산시도 고 시인을 군산으로 초대해 생가 복원과 문학관 건립 등 기념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이번 사건에 앞서 수원시의 일부 주민들이 고 시인이 살던 수원시 소유의 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고 시인이 수원에 머물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산시도 고 시인을 기념하는 사업을 모두 보류했다. 현재 시민들은 근대 문화유산이 밀집한 시간여행마을과 은파호수공원 등에 설치된 고은 시인의 시비를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일부 시민들로부터 고 시인의 시비 등을 아예 없애라는 전화가 오는데 아직 고 시인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여서 처리가 곤란하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 시인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뒤 수원시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연내 이사 계획을 밝혔고, 최근 영국 출판사를 통해 영국 신문 <가디언>에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는 글을 실었다. 수원 군산/홍용덕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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