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혐의 구속된 전 남자친구가 살해뒤 암매장 추정
경찰, 연쇄살인 가능성 수사…남자친구는 혐의 부인
경찰, 연쇄살인 가능성 수사…남자친구는 혐의 부인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실종된 지 8개월된 2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주검이 야산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여성이 다른 살인사건으로 구속돼 수감 중인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뒤 암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14일 의정부경찰서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해 9월7일부터 ㄱ(21·여)씨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ㄱ씨의 어머니가 11월 경찰에 신고했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분석한 결과 ㄱ씨는 지난해 7월13일 자신의 집 근처에서 마지막 모습이 확인된 뒤 실종됐다.
경찰은 애초에 ㄱ씨가 2천여만원의 채무가 있는 점과 ㄱ씨를 그 이후에도 본 것 같다는 동네 주민의 증언에 따라 ㄱ씨가 단순 잠적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ㄱ씨의 전 남자친구인 ㄴ(30)씨가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던 자신의 여자친구 ㄷ씨와 말다툼하다가 살해한 혐의로 서울에서 검거되면서 수사의 방향이 급전환됐다. ㄴ씨는 ㄷ씨와 다투다가 ㄷ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 사건 이후 ㄴ씨는 연탄가스 중독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한 뒤 경찰에 붙잡혔다.
ㄴ씨는 ㄱ씨 실종사건 관련 혐의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경찰은 ㄴ씨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수상한 점을 발견해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지난달부터 수색작업을 벌여 지난 13일 오후 ㄱ씨의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ㄴ씨의 또 다른 여자친구였던 ㄹ씨가 불과 6개월 전에 병으로 숨진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범죄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채로 수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ㄹ씨는 뇌출혈 증세를 보인 뒤 병원으로 옮겨져 숨졌으며, 주검은 화장됐다.
ㄱ씨는 ㄴ씨가 운영했던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면서 ㄴ씨와 교제하게 됐으며, 실종신고가 접수되기 넉 달 전쯤 이미 숨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ㄴ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추궁하는 한편, 연쇄살인 범죄의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또 ㄱ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주검 부검과 디엔에이(DNA) 신원 확인을 의뢰할 예정이다. ㄴ씨는 아직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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