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오른쪽)이 14일 오전 시장 집무실에서 사무인계인수서를 작성해 이재철 부시장에게 시장 권한을 넘기고 있다. 성남시 제공
‘쌈닭’이란 별명이 붙은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 14일 시장직을 내려놨다. 민선 5기 시장으로 취임한 지 8년 만이다.
소년 노동자 출신인 이 시장은 검정고시를 거쳐 인권변호사로 일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됐다. 취임 직후 이 시장은 개발 위주의 ‘삽질 행정’으로 재정이 파탄 지경에 처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위기를 폭로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진위 공방도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마다 스스로 ‘곳간’을 정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이 시장은 도드라진 복지 행정에 힘을 쏟았다. 비록 ‘포퓰리즘’ 논쟁을 겪었지만, “건강한 적자는 자치단체가 감수해야 한다”며 서민들이 많이 사는 본시가지에 500병상 규모의 현대식 시립의료원을 착공했다. 또 중앙 정부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청년세대의 온전한 권리라고 주장하며 2016년부터 분기당 25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도 실현했다. 여기에 무상 산후조리 사업도 시행해 ‘이재명표 복지’란 브랜드를 얻었다.
이 시장은 전국적인 이슈에도 거침없이 나섰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깃발을 국기 게양대에 3년 넘게 내걸었고, 시청 광장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도 자리잡게 했다. 특히 이 시장은 2016년 6월 중앙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 등 자치권 침해에 맞서 광화문에서 열흘 넘게 단식농성을 벌였고, 2017년에는 기초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 나서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비판도 없지 않다. 지방자치의 또 다른 중심축인 지방의회와의 ‘충돌’이다. 주요 정책 시행 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혔고, 2013년에는 의회와의 갈등으로 ‘준예산 사태’라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이 때도 그는 정치력 발휘보다는 시민사회단체를 동원해 의회를 압박했다.
이 시장은 14일 오전 성남시청 기자실에서 “시민이 준 권력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시민을 위해 사용했다. 모든 시민과 공무원에게 감사한다. 행복한 8년 이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5시 퇴임식을 한 뒤, 오는 6·13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다.
성남/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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