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에서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주최로 해외매각 반대 조합원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합원 제공
“해외 기업에 매각하면 답이 뻔해요. ‘먹튀’할 수 있어요.”
14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에서 열린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해외매각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한 최아무개(51)씨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5년째 금호타이어에서 일해 온 그는 “국내 수많은 기업이 외국자본에 넘어갔지만 살아남은 곳이 하나도 없다. 지금처럼 답답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는 이날 새벽부터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반대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총파업은 14일 새벽까지 이어진다. 류관중 금호타이어 노조 기획실장은 “산업은행 해외매각 계획을 보면,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되면, 3년 후부터 국내 공장을 정리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노조를 몰아붙이면 꺾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에겐 퇴로가 없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에서 열린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노동자들이 해외매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합원 제공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경영난을 노동자의 탓으로 돌린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조합원들은 2009년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2014년 12월 끝날 때까지 임금이 40% 이상 삭감됐다고 주장한다. 한 조합원은 “워크아웃 이후 자금관리는 채권단이 사실상 맡았다. 회사가 이 모양이 된 것은 채권단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대안이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산업은행은 지난 2일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방침을 밝힌 뒤 해외매각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노조에 채권단이 제시한 자구계획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 여론도 지난해 해외매각 반대 투쟁 때와 달리 미묘한 온도 차가 있다. 광주시가 채권단과 노조, 더블스타와 회사가 함께 참여하는 4자회담을 제안했지만, 성사 전망은 불투명하다.
14일 광주시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에서 금호타이어 노조 간부 2명이 13일 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 제공
금호타이어 노조는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는 ‘해외매각 반대 시도민 집회’를 열고 서울로 올라가 산업은행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15일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 쪽은 “채권단이 매각 철회 방침을 밝힌 뒤 노조와 함께 정상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내 기업이 인수할만한 경영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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