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60)씨는 2008년 부산 동구의 1층짜리 집에 남편(62)과 함께 세 들어 살았다. 남편은 온몸을 사용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었다. 그는 동구의 한 시장에서 물건을 팔며 생계를 꾸렸다. 집주인이 바뀐 뒤인 2013년 ㄱ씨의 집에 설치된 보일러가 고장 났다. ㄱ씨는 집주인 ㄴ(55)씨에게 보일러를 고쳐달라고 했다. ㄴ씨는 ㄱ씨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민법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보통 세입자의 특이한 과실이 없을 경우 집주인이 보일러는 고칠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ㄱ씨는 겨울이 다가오자 우선 자신이 비용을 들여 보일러를 고친 뒤 ㄴ씨에게 수리비를 청구했다. ㄴ씨는 욕설과 함께 ㄱ씨를 때렸다. ㄱ씨는 ㄴ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합의금 격으로 20만원을 받은 뒤 ㄴ씨를 고소하지 않았다.
이후 ㄴ씨는 ㄱ씨를 볼 때마다 욕설을 퍼부었다. 지난 6일 낮 12시30분께 ㄴ씨는 집으로 돌아온 ㄱ씨를 보고 흉기를 언급하며 욕했다. ㄱ씨는 지난 8일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했고, 경찰은 ㄱ씨에게 112 자동신고·위치추적 등의 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지난 10일 오후 6시5분께 ㄴ씨는 마당에 떨어져 있던 흉기를 집어 들어 ㄱ씨를 찌를 듯이 위협했다. ㄱ씨는 스마트워치를 눌렀고, 경찰은 곧바로 출동해 ㄴ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집에 세 들어 사는 ㄱ씨를 흉기로 위협하는 등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한 혐의(특수폭행)로 ㄴ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ㄱ씨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이사를 하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연계해 ㄱ씨가 전세금 대출을 받아 집을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