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고 학생들이 4·3 후유장애를 앓고 있는 고태명씨(왼쪽)와 윤옥화(오른쪽)씨에게 동백꽃 배지를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허호준 기자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제주4·3 70주년 추념 기간이 시작됐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고충홍 도의장, 이석문 도 교육감,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 등은 21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보듬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담대한 여정에 함께 해 달라”며 추념 기간을 선언했다.
4·3 추념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10일까지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윤경 유족회장은 “동백꽃 배지는 단순히 아픈 기억의 상징만은 아니다. 4·3희생자들을 추모함은 물론 제주4·3을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한 묵언의 다짐이다. 제주4·3특별법 개정은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다”라고 말했다. 고충홍 도의장은 “추념 기간은 ‘평화와 인권’의 주간이다. ‘4월의 제주’는 슬픔에만 머무를 수는 없고, ‘4월 광장’에 펼쳐진 기억과 함께 평화와 인권의 정신으로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4·3을 70년 전의 역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이자 희망의 미래로 승화시키기 위한 중심에는 4·3 평화인권교육이 있다. 미래를 위한 4·3의 세대 전승은 교육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4·3의 미래를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도 교육청은 지난 1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를 ‘2018 4·3 교육주간’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4·3 배지를 만들어 유족들에게 기부하거나, 자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4·3희생자 배·보상,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립,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를 통한 4·3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실질적 지원 확대 등 남은 과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장에서는 애월고등학교 미술과 2학년 김수진·박민서 학생이 만든 동백꽃 배지를 고태명(86) 4·3생존희생자 후유장애인협회 회장과 후유장애자인 윤옥화(76)씨에게 전달하는 행사도 가졌다. 고씨는 중학교 1학년이던 1948년 8월 무장대 협조자로 몰려 경찰에 연행된 뒤 고문을 당했다, 윤씨는 6살 때인 1949년 1월17일 북촌리 학살사건 때 가족들과 함께 끌려가 부모와 형제들이 현장에서 군인들한테 학살됐고, 자신은 어깨에 총을 맞아 지금도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