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 타타르 교수(오른쪽)와 정창국 교수.
브래들리 타타르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기초과정부 교수가 쓴 불법 고래고기 소비 감소를 위한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에 실려 관심을 끌고 있다.
타타르 교수는 같은 학부 정창국 교수와 함께 울산의 고래고기 소비자 조사를 한 뒤 불법 고래고기 소비 감소 방안을 제시한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마린 폴리시> 2월호에 발표했다. 유니스트는 21일 “외국인 학자가 울산의 고래고기 소비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 논문을 위해 타타르 교수와 정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3년 4월 울산 고래축제 참가자 579명을 대상으로 고래고기를 먹는 소비자 시각에서 선호도와 특성을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그물에 걸려 혼획된 고래고기는 괜찮지만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는 선호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61%는 고래고기 식당에서 혼획인지 불법인지 출처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포경 금지에 대해선 88%가 동의했다.
울산과 고래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유니스트 정창국 교수와 브래들리 타타르 교수, 김세준 학생(왼쪽부터). 타타르 교수는 김세준 학생과도 돌고래 방생과 그 영향에 대한 연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진은 “많은 고래고기 소비자가 불법 유통에 부정적이면서도 그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사 먹고 있다. 소비자 수요가 고래의 불법 포획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불법 여부를 확인하는 정책적 조처가 강화된다면 고래의 불법 포획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유전자(DNA)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고래고기 유전자 검사 강화와 소비자 대상 교육의 지속 등 방안을 제시했다.
타타르 교수는 “과거 단순한 소유물이나 생산도구 정도로 여겼던 동물이 사회가 변하면서 최근엔 ‘동물복지’ 개념과 함께 동반자 또는 존중해야 할 생명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고래는 환경의 상징으로, 인간과 동물이 어떤 관계로 나아가야 할지 제시해 온 특별한 동물이다. 고래와 인간, 환경의 미래를 그려나갈 최적 장소인 고래 도시 울산에서 계속해 좋은 연구를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휴스턴 출신으로, 뉴욕주립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부인인 같은 학부 최진숙 교수와의 인연으로 2010년부터 유니스트에 재직하게 됐다.
그는 “처음 울산 장생포를 방문해 수많은 고래고기 식당을 보고 고래고기를 먹는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며 학생들과 함께 해마다 울산 고래축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그는 정 교수와 함께 후속연구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한국과 국가적으로 소비하는 일본 사례를 비교연구할 계획이다. 또 고래와 관련한 울산 선사시대 유적 반구대 암각화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울산과 반구대 암각화가 맺고 있는 관계, 그 의미를 재해석해 보고 싶다. 고래사냥과 주술적 의미를 넘어 현대적 의미로 암각화를 읽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사진 유니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