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강 하류 행주대교와 신곡 수중보 사이에 설치한 어민들의 그물에 걸린 끈벌레. 아랫쪽에 검붉게 보이는 게 끈벌레이고 위 쪽에 하얀 생명체가 죽은 뒤 색깔이 변한 실뱀장어이다.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봄이 되면서 한강 하류에 유해 생물인 ‘끈벌레’가 다시 출현해 어민들이 비상이 걸렸다.
21일 고양시 행주 어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주말부터 한강 하류인 행주대교와 신곡 수중보 사이에서 붉은 끈벌레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어민들이 잉어와 뱀장어 등을 잡으려고 설치한 그물에 함께 걸려 올라오는 끈벌레는 포식성이 강해 어로 작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주 어민 30여명은 다음달 중순부터 5월 초까지 한강 하구 행주대교와 신곡 수중보 사이에서 실뱀장어(뱀장어 치어) 조업할 예정이지만 끈벌레 때문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그물마다 끈벌레와 대다수 죽은 실뱀장어가 섞인 채로 잡혀 사실상 조업을 포기했었다.
어민들은 끈벌레가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가 정상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심화식(63) 한강살리기 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와 신종 괴물체인 끈벌레 출현도 오염된 방류수 때문“이라며 ”다음 주 조업때 끈벌레가 나오는 양을 좀 더 파악한 뒤 어민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끈벌레는 20∼30㎝ 크기로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해져 이동성이 좋고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한다.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포식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봄 한강 하류에 나타나면서 국내에 처음 보고된 끈벌레의 실체와 발생 원인은 오는 7월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로부터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 규명과 실뱀장어 폐사 원인 등 어업피해영향조사’ 용역을 맡은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2016년 가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한강 가양대교부터 고양시 송포동 한강하류 15㎞ 구간에서 연구를 진행해 7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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