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전북 임실경찰서 오수지구대 직원들이 장제원 의원의 경찰 비하 발언에 항의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직원 17명 가운데 하재영(오른쪽에서 세번째) 지구대장 등 이날 근무조의 모습. 오수지구대 제공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경찰을 ‘미친개’로 비하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충견의 고장인 전북 임실군 오수면의 경찰관들이 반발에 동참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충견의 고장으로 의견 동상까지 세워진 임실군 오수면의 오수지구대 직원 6명이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이 지난 26일 경찰 내부망에 올라왔다고 27일 밝혔다.
손팻말에 담긴 문구는 무학대사가 조선 태조 이성계에게 말한 경구로,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뜻이다. 이 말은 경찰을 ‘미친개’로 표현한 장 대변인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오수지구대장 하재영 경감은 “제1야당 대변인이 민중의 지팡이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에게 상식을 벗어나 거칠게 말해 화가 났다. 특히 의견의 고장 오수는 지난해 유명한 보신탕 집이 폐쇄될 정도로 개에 대한 사랑을 보이는 곳”이라고 말했다.
임실 오수에는 신라 때 의견 이야기가 전해진다. 개를 몹시 사랑한 주인이 개를 항상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날 주인이 장에 다녀오는 길에 만취해 낮잠이 들었다. 때마침 산불로 주인이 위기에 몰리자 개가 온몸에 물을 묻혀 주인 주변을 적시는 일을 반복해 불길을 막고 쓰러져 죽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난 주인은 모든 상황을 감지하고 개의 의리에 감탄해 개를 묻어주고 무덤에 지팡이를 꽂아 놓았다. 그후 지팡이에서 싹이 나 큰 나무로 자랐다. 사람들이 의리있는 ‘개나무’라는 뜻으로 ‘오수’라고 불렀다. 임실군은 오수면 오수리에 2007년 의견공원을 세우고, 해마다 의견문화제를 열고 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22일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비리수사와 관련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비난했다. 경찰청 내부망에는 이에 대한 항의글이 쇄도했으며, 이날 오전까지 전북지역에서는 10여곳에 달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