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춘천식구파 조직원들이 2015년 11월 강원도 춘천시 공지천 주차장에서 타 조직과 대치하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강원도 춘천지역 4개 토착 폭력 세력이 합쳐져 결성된 이른바 ‘통합춘천식구파’ 두목과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 6년여간 춘천 일대에서 불법으로 각종 이권 사업을 독점하고 범죄단체를 구성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공조수사를 통해 범죄단체 구성·활동 등의 혐의로 ‘통합춘천식구파’ 두목 ㅅ아무개(48)씨와 고문 ㅂ아무개(48)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ㅅ씨가 조직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필리핀에서 운영한 불법도박사이트 관계자 등 28명을 도박장 개장 혐의로 검거해 이 중에서 3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조직은 2011년 6월 춘천지역 토착 폭력배 4개 조직을 통합해 ‘통합춘천식구파’를 결성한 뒤 유흥업소·보도방·사채업 등 각종 이권 사업을 독점하며 다른 조직폭력배들과 대치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검찰에 먼저 송치된 일부 조직원은 1심 재판에서 이미 범죄단체 구성·활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ㅅ씨는 2011년 6월 강원도 홍천에서 행사장을 빌려 ‘통합춘천식구파’ 결성식을 개최한 뒤 두목으로 추대됐다. 이후 장례식장 조화 납품사업이 수익이 좋다는 것을 알고 조직원을 동원해 기존 사업자들에게 사업을 포기하도록 협박해 춘천·홍천지역 일대 사업을 독점했다. 또 2012년에는 조직원들을 시켜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신 뒤 불법 영업을 했다며 112에 신고해 영업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수법으로 보도방 영업도 독점해갔다. 2013∼2014년에는 사채업에도 손을 대, 다른 지역 사채업자들을 협박해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통합춘천식구파 조직원들이 2013년 6월 강원도 원주에서 승용차에 탄 선배 조직원을 향해 90도 각도로 몸을 숙여 인사하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이 과정에서 이들은 각종 흉기 등을 이용해 위력을 과시했다. 탈퇴한 조직원을 야산으로 끌고 가 구덩이에 묻고 위협하는가 하면, 술집 등에서 조직원들을 동원해 흉기로 협박했다. 또 충성맹세를 한다며 핵심조직원 6명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한마디씩 자르기까지 했다.
ㅅ씨는 춘천지역의 ‘밑바닥’을 장악해 나가는 한편 필리핀에 근거지를 두고 도박사이트도 운영했다. 2015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운영된 16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2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ㅅ씨는 필리핀 리조트에서 일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유인해 도박사이트 관련 일을 시키고 여권을 빼앗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도박사이트 운영자금 5천만원을 압수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조직원들은 “‘큰 형님’에 대해 진술하면 나중에 가만히 두지않겠다, 무조건 모른다고 하라고 했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조직 보호 차원에서 조직원이 각종 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히면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원해줬다.
경찰은 달아난 부두목과 조직원 4명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다른 조직폭력배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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