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6시22분께 강원 고성군 탑동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강한 바람을 타고 가진리 등 바닷가 인근까지 번졌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집 바로 뒤에서 불길이 번지고 집안에는 연기가 가득 차서 숨쉬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살다가 이런 난리는 처음이네요.”
28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가진리에 사는 박인화(58)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진리 마을엔 이날 새벽 6시22분께 인근 마을인 간성읍 탑동리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나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탑동리에서 일어난 산불이 강한 서풍을 타고 바닷가 인근 마을까지 번진 탓이다. 박씨와 마을 주민 445명은 이른 아침부터 인근 시설로 긴급 대피를 해야 했다. 대피소에서 복귀한 박씨는 “집에 돌아와 보니 연기도 어느 정도 빠졌고 불에 탄 곳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가진리 이하명(70) 이장은 “아침에 냄새가 나 산 쪽으로 가보니 불길이 치솟아 화들짝 놀라 뛰어 내려온 뒤 대피 방송을 했다. 상당수 주민은 불이 났다는 말에 생필품도 챙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바람이 거세 오늘 안에 산불이 꺼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28일 오전 6시22분께 강원 고성군 탑동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강한 바람을 타고 가진리 등 바닷가 인근까지 번졌다. 사진은 산불을 피해 도망치는 가축의 모습. 산림청 제공
이날 산불로 주택 5채와 사무실 2동 등 건물 17동과 산림 40㏊가 불에 탔다. 산림 당국은 헬기 40대와 진화차 11대, 소방차 107대, 산불진화대·공무원·군인 등 3187명을 투입해 불을 껐지만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3.4m로 강하게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오후에 바람이 잦아들면서 오후 5시30분께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산불로 공현진 초등학교(52명)는 휴업에 들어갔으며, 간성·죽왕초등학교와 고성중·고등학교, 대진중·고등학교는 조기 하교 조처했다.
28일 오전 6시22분께 강원 고성군 탑동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강한 바람을 타고 가진리 등 바닷가 인근으로 번지고 있다. 산림청 제공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고온 건조한 강풍 탓에 1998년 강릉 사천, 2000년 동해안, 2004년 속초와 강릉, 2005년 양양 등 대형산불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고성에서는 1996년 4월23일 죽왕면에서 난 산불로 3762㏊가 잿더미로 변했고, 2000년 4월7일 토성면 산불로 1210㏊가 소실되는 등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랐다.
강원 고성 등 동해안에는 이날 아침 7시를 기해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또 건조 경보까지 내려져 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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