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만든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사업추진 세부계획.
‘대구형 노사상생협력 모델: 무분규, 노사정 대타협, 붉은조끼·머리띠 추방.’
대구시가 이런 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 ‘노사평화의 전당’ 설립 공모사업에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낮은 임금, 긴 노동시간, 낮은 노조 조직률 등 대구 노동자의 현실을 대구시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구시에서 받아 28일 공개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사업추진 세부계획’을 보면, 대구시는 2020년 말까지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에 200억원을 들여 노사평화의 전당을 세울 계획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질 노사평화의 전당에는 노사공동 직업훈련관, 다목적홀, 노동 및 산업 문화역사관 등 시설이 들어선다. 대구시는 ‘노사상생 상징조형물’도 세울 예정이다.
대구시는 이 계획서에서 노사평화의 전당을 세우는 이유를 ‘상생 협력적 노사관계 전국 확산’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구시는 또 ‘분규(강성노조), 고임금 걱정 없는 경제·노동 생태계 조성’, ‘무분규와 붉은조끼·머리띠 추방’ 등이 ‘대구형 노사상행협력 모델’이라며 이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20일 이 계획서를 낸 대구시를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지역으로 최종 선정했다. 헌법 제33조에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정의당과 민중당 대구시당 등은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에 반대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의당 대구시당 대변인 김성년 수성구의원은 성명을 내어 “대구 노동자 삶이 전국 최저 수준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처지인데 겉만 번지르르한 노사평화의 전당 하나 지어놓고 노사화합이 잘 되는 도시라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고 하니 기가 찬다”고 비판했다.
민중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내어 “대구의 노조 조직률은 전국 평균 10%의 절반인 5%밖에 되지 못한다. 수십년째 지역총생산, 각종 노동지표 꼴찌 책임을 ‘붉은 조끼’(노조)에 전가하지 말고 정치와 행정을 독점해 온 빨간색 당(자유한국당)에 제발 묻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29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4월 낸 ‘시도별 임금 및 근로시간 보고서’를 보면, 전국 16개 시·도 중 노동자 월급여액은 대구가 263만4000원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 상용노동자가 많은 제주를 빼고 전국에서 꼴찌다. 전국 평균 노동자 월급여액(312만5000원)에 견줘 49만원 적다. 반면 대구 노동자 월 노동일수(21.2일)와 노동시간(178.3시간)은 전국에서 각각 세번째와 다섯번째로 높았다. 또 고용노동부의 ‘2016년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보면, 대구는 상급단체가 없는 미가맹노조가 100개, 한국노총 노조가 78개, 민주노총 노조가 12개로 나와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남북이 분단돼 있어도 평화의 집이 있는 것처럼 대구도 노사평화의 전당을 만들어 노사간 대화의 장을 만들어 보려 한다. 계획서 일부 문구에 노조 쪽 기분이 상할 수 있겠지만 노사평화의 전당을 유치하려다 보니 그냥 들어간 것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시도별 노사분규 건수‘ 통계를 보면, 대구에서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1년 동안 모두 46건의 노사분규가 일어난 것으로 나와있다. 세종을 뺀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10번째로 노사분규가 많았다. 같은 기간 대구보다 노사분규가 적었던 지역은 강원, 인천, 광주, 제주, 대전, 충북 등 6곳이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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