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에 있는 부산항운노조 사무실. 부산항운노조 제공
이아무개(49)씨는 지난해 1월부터 ㄱ(35)씨 등 6명에게 “부산항운노조 고위직 간부와 친분이 있다. 접대비 좀 주면 항운노조에 취업시켜주겠다”며 15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씨는 ㄱ씨 등을 부산 강서구 신항만 근처까지 데려가 작업장 견학을 시켜줄 것처럼 했다. 대포폰으로 출근하라는 문자까지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취업이 되지 않자, 피해자들이 경찰에 이씨를 신고했다. 이씨는 항운노조와 관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달 이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항운노조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돈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전 항운노조 간부의 자녀(53)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 항운노조 취업을 청탁했는데, 취업이 이뤄지지 않자 돈을 요구하며 협박한 혐의(공갈)로 ㄴ(61)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항운노조는 2일 보도자료를 내어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을 악용한 취업 사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 지체 없이 노조나 수사기관에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부산항운노조는 그동안 노조 단독으로 조합원 채용 및 관리제도를 운용했다. 이 때문에 노조 간부 등을 중심으로 취업비리가 자주 발생했다.
이에 노조는 2013년 ‘인사·채용 비리 처벌·징계에 관한 규약과 규정 개정안’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취업비리 제한에 나섰다. 또 취업·인사 비리의 주된 이유로 지적됐던 지부장 직선제를 폐지했다. 2015년엔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부산항 항만인력수급관리협의회’를 발족해 가동하는 등 채용절차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운노조의 한 해 채용 인원은 50여명 안팎이다. 노조 관계자는 “취업비리 사실이 적발되면 취업도 취소된다.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을 위해 더 엄격한 규제와 통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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