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참정권을 높이기 위해 출마합니다.”
중학생이 6월 전북 전주시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주인공은 노동당 공천을 따낸 조민(14·중3)군이다. 그는 지난달 전북 전주시의원 차선거구 당내 경선에 단독 출마해 찬성률 96%로 공천을 받았다. 차선거구에는 조군이 다니는 중학교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투표할 수 있는 선거권을 만 19살 이상, 후보로 등록해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을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에는 만 25살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만 14살인 조군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어 투표를 할 수도, 후보에 등록할 수도 없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조군이 공천까지 받아 출마한 것은 당사자의 직접 참여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노동당 쪽은 “당에서 공천을 하고 예비후보로 뽑았지만, 조군은 나이가 어려서 현행 공직선거법 규정으로는 실제 출마할 수가 없다. 그러나 누구나 나이 제한없이 참정권을 보장하고, 정당활동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당법은 선거권이 있어야 정당활동을 보장하지만, 노동당은 당헌·당규에 나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노동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40대인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나온 것은 선진국 등에서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정당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회 진보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 지난해 입당한 그는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선거권·피선거권을 낮춰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그는 평일엔 학교에 가야 해서 휴일인 어린이날 퍼포먼스를 펼치고, 평일인 후보자등록 신청일(5월23~24일) 중에서 하루를 선택해 기자회견을 연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선거법 안에서 참정권 확대운동을 펼 계획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알바노조 회원인 그는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 박근혜-최순신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탄핵을 위해 촛불광장을 열었고, 거기서 뭔가 바뀔 것 같은 희망을 보았다. 지난해 조기 대선에서 선거권이 없는 시민을 당원으로 받지 않는 정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그래서 세상이 달려졌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나이가 참정권 유무를 결정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그는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었을 때는 ‘개념 청소년’이었지만, 지난해 5월 대선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미성숙한 청소년’이 되버려 어떠한 정치적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선거는 청소년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전북교육감 선거까지 있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비청소년들(19살 이상 유권자)의 판단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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