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1년 서비스+경제지까지’ 구독료 3배 불법경품 제안
보급소 직원 “본사차원 돈 주는 것” 주민 붙들고 통사정
민언련 “신고포상금 적어 신문고시 유명무실…공정위 조사를”
신문사의 불법 경품 제공에 대한 신고포상금이 크게 줄어 신문고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단지 앞에서 한 남성이 길가던 주민에게 “신문 구독을 하면 현금 8만원을 주겠다”며 봉투에서 돈을 꺼내보이고 있다. 독자 제공
비싼 경품이나 상품권, 무가지 제공 등을 미끼로 독자를 매수하던 거대 신문사의 불법적인 신문 구독확장 행태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거대 신문사의 불법영업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와 신고포상금제 인상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0일 <한겨레>가 확보한 제보와 동영상을 보면,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아파트단지앞 도로변에서 6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주민에게 다가가 봉투에 담긴 현금 8만원을 보여주며 ‘신문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신문 보급소에서 나왔다고 밝힌 이 남성은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내밀며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를 구독하면 현금 8만원과 1년간 무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1년 뒤인 2019년 4월부터 돈을 내고 1년만 봐주면 된다”며 ‘도와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그는 설명을 듣고 돌아서는 주민을 향해 “경제지랑 스포츠신문도 끼워주겠다”고 소리쳤다.
이 남성은 ‘이렇게 해서 뭐가 남느냐’는 질문에 “지국에서 돈을 주는 것이 아니고, (중앙·동아일보) 본사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지국은 신문 부수만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한겨레>나 <경향신문>도 이렇게 하냐’는 물음에는 “(무가지) 서비스 4개월만 있고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두 신문의 구독조건을 보면, 독자 부담은 1년치 신문 구독료 18만원(1만5천원×12개월)인데 견줘, 신문사가 제공하겠다는 경품은 현금 8만원과 1년간 무가지(18만원)를 포함해 26만원 어치다. 여기에 경제지나 스포츠신문 가운데 1개를 끼워줄 경우 36만원(1만5천원×24개월)이 더해져 신문 구독료의 3배가 넘는 62만원 어치가 불법경품으로 제공되는 셈이다.
현행 ‘신문업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신문고시)는 무가지와 경품을 합친 금액이 연간 구독료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거대신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시민 반응은 싸늘하다. 고양시민 이아무개(55)씨는 “공정사회와 정의를 부르짓는 신문사가 아직까지 도로변에서 돈봉투를 들고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니 어이없다. 경품으로 독자를 매수하는 영업방식은 신문사 스스로 신뢰도 추락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조영수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손해를 감수하고 이런 식으로 판매하는 것은 광고비를 많이 받기 위해 부수를 늘리려는 것인데, 이는 광고주와 독자를 동시에 속이는 행위”라며 “참여정부 때는 130만원대 신고포상금을 지급해 불공정행위가 근절되다시피 했는데 이명박정부 출범뒤 포상금이 10만원대로 줄어들면서 신고가 줄어 신문고시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신문사 불법경품 관련 신고가 가끔씩 들어오는데 법 적용대상인지 조사 뒤 내용에 따라 포상금액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