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10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사실상 무소속 출마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의 가장 큰 요인은 자신이 속해 있는 정당의 낮은 지지율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보수 혁신의 아이콘으로 대선 ‘잠룡’으로도 불리던 원 지사 입장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넘어서야 차기를 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바른미래당 탈당은 재선을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개혁 정치의 뜻을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의 특정 정당에 매이지 않고 당파적인 진영의 울타리도 뛰어넘겠다”며 탈당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치열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논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2등 싸움을 하기 위해 급하게 합당하는 것은 답이 없다고 봤다. 괴로운 논의의 시간을 통해 힘이 들더라도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보고 가는 길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출마의 변에 대해서는 앞으로 일주일 전후로 정확히 밝히도록 하겠다. 더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의 이번 입장 표명은 낮은 정당의 지지율보다는 ‘인물론’으로 선거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역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도 탈당 이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례들이 있어 원 지사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2006년 도지사 보궐선거에서는 김태환 후보가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2010년에는 우근민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바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에 이은 바른미래당의 탈당은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아온 원 지사에게 약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은 곧바로 비판 논평을 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안 오르자 자신의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변명만 늘어놓은 채 탈당했다. 이번 탈당이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보다는 무소속이 낫다는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정치적인 계산임을 제주도민은 모두 안다. ‘간보기’ 정치를 그만하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제주도당도 “(원 지사의 탈당의 변은) 정당정치 활동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꼴이다. 그의 탈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기회주의이자 철새정치 그 자체다. 더 이상 개혁정치·보수혁신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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