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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농수로 만든다고 과수원 멋대로 파헤친 무안군청

등록 2018-04-10 16:46수정 2018-04-10 19:10

무안군, 몽탄면 봉산리 과수원 330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땅주인 ‘재물손괴·절도 혐의로 무안군 수사’ 경찰에 진정
무안군이 최근 주인의 승낙 없이 농수로 공사 진입로를 내려고 훼손한 몽탄면 봉산리 과수원.
무안군이 최근 주인의 승낙 없이 농수로 공사 진입로를 내려고 훼손한 몽탄면 봉산리 과수원.
지난 6일 한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장아무개(53·서울 강서구)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묘를 마치고 들른 전남 무안군 몽탄면 봉산리 과수원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나무들은 무더기로 뽑혀 널브러졌고, 바닥은 멋대로 파헤쳐져 볼썽사나웠다. 높이 2m인 밭둑은 다른 쪽에서 파낸 황토로 메워지고 차량의 바퀴 자국만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엉망진창인 흙바닥에는 철판, 철근, 널빤지, 양동이 따위 공사 자재들이 가득했다.

과수원 옆에선 농수로를 건설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존 소하천에서 토사가 쓸려가는 걸 막으려고 높이 1.2m 너비 1.5m짜리 콘크리트 물길을 설치하는 모양이었다. 이 공사를 위해 인접한 장씨 과수원 안에 굴삭기와 화물차가 이용할 접근로와 회차지를 만든 것으로 보였다. 장씨는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 현장을 기록했다.

무안군이 최근 훼손한 몽탄면 봉산리 과수원 바닥에 공사 차량 바퀴자국이 선명하다.
무안군이 최근 훼손한 몽탄면 봉산리 과수원 바닥에 공사 차량 바퀴자국이 선명하다.

이 과수원은 장씨의 아버지(86)가 30여년 전 개간해 조성했다. 면적 2만5740㎡(7800평)에 배, 복숭아, 감, 매실 등 유실수를 심었다. 편찮은 아버지가 서울의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전보다 손길이 덜 미치지만 한눈에 보아도 엄연한 과수원이다. 이 과수원이 이번 공사로 인해 피해를 본 면적은 길이 40m 진입로를 비롯해 적어도 330여㎡(100여평)에 이른다. 30년생 감나무 10여 그루와 10년생 매실 50여 그루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수형이 좋은 감나무 2그루는 조경수를 옮겨갈 때처럼 커다란 구멍들만 남긴 채 자취를 감췄다.

무안군이 시행 중인 몽탄면 봉산2리 옥반동 마을의 농수로 설치 공사
무안군이 시행 중인 몽탄면 봉산2리 옥반동 마을의 농수로 설치 공사

장씨는 “하천 둑에 농로가 있는데도 왜 이렇게 무단 훼손을 했는지 모르겠다. 공사를 빨리 쉽게 하려고 멀쩡한 남의 과수원을 망쳐놨다”고 분개했다. 그는 특히 아무런 상의가 없었던 점을 괘씸하다고 했다. 그는 “2월 하순 이장한테 전화가 왔지만 공사의 내용도 몰랐고, 토지사용을 승낙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지난 9일 재물손괴와 절도 혐의로 발주처를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진정했다.

무안군은 민원이 전해지자 “과수원의 일부 나무에 칡넝쿨이 올라가 묵답인 줄 알았다. 소유주의 승낙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훼손한 잘못을 인정한다. 사과와 보상 등 적절한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무안군은 지난달 8일부터 두 달 동안 예산 2800여만원을 들여 몽탄면 봉산2리 옥반동 마을 일대에 콘크리트 농수로를 설치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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