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시인이 2012년 2월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으로 84일 만에 부산구치소에서 출소한 뒤 마중 나온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크레인 농성을 지지하는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던 송경동 시인이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감형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문관)는 12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송 시인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차 희망버스 집회 당시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는 유죄로, 2차 희망버스 집회 때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는 무죄로 선고했다.
송 시인은 2011년 5월 인터넷 카페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을 점거해 농성하던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에 모이자”며 희망버스를 제안한 뒤 같은 해 6월부터 10월까지 모두 5차례 집회와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송 시인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1차 희망버스 집회 때의 해산명령 불응 혐의와 3~5차 희망버스 집회 주최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지만, 1~2차 집회 당시 미신고 집회 및 야간시위 주최, 주거침입,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희망버스 집회 가운데 1차 집회에서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는 처벌 사유가 될 수 있고, 2차 집회에서는 경찰이 적법하게 해산명령을 했다는 자료가 없다며 파기환송했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송 시인에게 일부 감형된 집행유예를 판결한 것이다.
송 시인 변호인은 판결에 불복해 다시 상고할 계획이다. 송 시인은 “희망버스는 시민의 아름다운 연대 활동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공권력과 관변단체를 동원해 평화적인 집회를 탄압한 대표적 공안 사건이다. 재판을 7년이나 끌어오면서 결국 나를 범법자로 만드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2010년 12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정리해고에 나섰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희망버스는 김 지도위원과 노동자들을 지지하려고 시작됐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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