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가 민선6기 핵심 공약이었던 ‘고양시 인권 증진에 관한 조례’ 개정에 나섰다가 일부 기독교계가 반발하자 일방 취소해 물의를 빚고 있다. 고양시 제공
경기도 고양시가 민선6기 핵심공약 중 하나였던 평화인권도시 추진을 위해 ‘고양시 인권 증진에 관한 조례’ 개정에 나섰다가 일부 기독교계가 반발하자 일방 중단해 물의를 빚고 있다.
13일 고양시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양시는 지난달 16일 시 누리집에 ‘고양시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개정내용으로는 고양시 인권센터와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 설치, 시민인권보호관 도입, 차별금지조항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고양시는 조례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기간(3월23일~4월5일)이 채 끝나기도 전인 지난달 30일 입법예고를 돌연 취소했다. 반대여론이 높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조례 개정에 앞장서온 고양시 인권위원들은 “인권도시 약속을 저버린 일방적 취소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기철 인권위원(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 소장)은 “법적 절차가 있는데 공무원이 임의로 판단해 중단시킨 것은 재판으로 가기 전에 임의로 판결을 내린 금정굴 학살과 다를 바 없다. 고양시가 인권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고양인권연대와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도 12일 성명을 내어, 최성 고양시장은 ‘고양시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 개정작업 중단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개정 절차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은 2013년 제정된 ‘고양시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에서 빠졌던 차별금지조항을 포함시킴으로써 천부적 권리인 인권을 최대한 실현하려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한 것으로 우리 헌법의 기본적 권리인 인권과 평등권 구현과도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데 고양시는 조례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일부 기독교계 세력의 압력에 굴복해 입법 예고 절차를 중단시키고 말았다. 고양시의 이러한 행태는 ‘고양시 자치법규안 입법예고 조례’에 정해진 입법 절차를 어긴 것으로 시민의 입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양시 관계자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기독교 단체와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동성애를 조장시킨다는 항의가 많았다. 시민들의 비판의견이 많아 부득이 입법예고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고양시는 2013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인권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시 행정이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수행해야 할 의무사항이나 관련 장치 등이 명시돼 있지 않아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인권침해 구제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최 시장은 인권센터 설치 등을 포함한 평화인권도시 추진을 민선6기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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