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투자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투자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사진은 한 지역주택조합의 조감도.
전아무개(63)씨는 2015년 8월 ㅎ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ㅎ지역주택조합은 광주시 북구 운암동 2만5451㎡의 터에 425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그는 “조합 창립 총회 때 건설사 임원이 ‘현재 95.5% 토지매매계약 및 약정이 이뤄졌고 실질적으로 91%까지는 토지계약금 지급이 됐다’고 해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차례에 걸쳐 4900만원을 계약금으로 냈다. ㅎ지역주택조합이 전씨 등 317명한테서 받은 계약금은 1명당 1500만~4900만원씩 모두 12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지난해 11월 ㅎ지역주택조합 통장 잔고가 1600만원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ㅎ지역주택조합이 매입한 토지는 9필지 661㎡(200평)에 불과했다. ㅎ지역주택조합 피해대책위원회는 전 조합장, 대행사 대표, ㅅ건설 등을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와 청와대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광주지검이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전 조합장 ㄱ씨는 “광고대행비나 분양수수료가 일부 과다하게 책정됐지만 부당이득은 없었고, 토지 매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사업이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택조합 대행사와 건설사가 지역주택조합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사기행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동부경찰서는 최근 동구 학동 미량마을 지역주택조합 대행사 대표 이아무개(48)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관계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은 2017년 1월 ㄱ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3만1859㎡의 터에 526가구 아파트를 신축한다며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을 모집해 75명한테서 27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이 일대가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지여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불가능한데도 마치 토지를 80% 이상 확보한 것처럼 속여 조합원들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역주택조합 투자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조합 가입 전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면 일반 건설사 분양가보다 싸게 아파트 마련이 가능하지만 위험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광주 북구 관계자는 “토지 80% 이상의 사용승락만 받으면 조합설립이 가능하다. 그런데 정작 95% 이상의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토지 매입이 더뎌지는 등 사업추진이 안되면 홍보비와 업무대행비로 계약금이 날아갈 수도 있다. 광주의 지역주택조합 38개 단지(2만78가구) 중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곳은 17곳에 불과하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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