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드루킹’ 김아무개(48)씨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캡처
‘네이버 댓글 추천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아무개(48)씨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매크로 프로그램’과 유사한 ‘댓글 자동 등록 프로그램’을 개발·유포해 재판에 넘겨진 개발자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최성길)는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ㄱ(37)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해 9월11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런 프로그램이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가능성만으로 악성 프로그램으로 본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판단했다.
25일 항소심 재판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씨는 포털사이트에 글과 이미지를 자동으로 등록해 주거나 메시지·쪽지를 발송해주는 다수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판매했다.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ㄱ씨가 판매한 프로그램은 1만1774개로, 중개 사이트 운영자 ㄴ(46)씨와 총 3억여원을 챙겼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댓글 자동 등록을 포함한 이들 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에 부하를 일으키고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ㄱ씨에게 벌금 2천만원을, ㄴ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몰수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 프로그램이 상의 요청을 대체해 빠른 속도로 댓글 작성, 쪽지 발송 등을 반복 수행했을 뿐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매크로 프로그램의 제공과 이용 행위에 대해서는 새로운 처벌 규정 도입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드루킹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에 따른 피해가 명확하지 않은 ㄱ씨 사건과 달리, 드루킹 사건은 네이버 특정 댓글 추천수를 늘려 여론 조작을 실행하고, 네이버의 댓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