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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가두방송 차명숙 “하얀 속옷이 까맣게 되도록 고문당해”

등록 2018-04-30 15:45수정 2018-04-30 20:50

차씨, 38년만에 보안대·광주교도소 고문 폭로
“살이 터지고 피가 흘러 앉지도 눕지도 못해
한달 동안 가죽지갑 채워 징벌방에 가두기도”
“고문수사 진상규명하고 관련자 처벌” 촉구
0년 5·18항쟁 ‘가두 방송’ 주인공 차명숙(57·대구경북 5·18동지회장)씨가  30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80년 5월 당시 고문수사 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0년 5·18항쟁 ‘가두 방송’ 주인공 차명숙(57·대구경북 5·18동지회장)씨가 30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80년 5월 당시 고문수사 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30일 동안 징벌방에서 폭 10㎝, 두께 3㎝의 혁띠를 차고 25㎝ 길이 쇠줄로 혁띠에 묶여있는 가죽수갑을 양쪽 손목에 찬 채 먹고 자고 볼일까지 보면서 짐승만도 못한 상태로 지내야 했습니다.”

80년 5·18항쟁 ‘가두 방송’ 주인공 차명숙(57·대구경북 5·18동지회장)씨는 30일 이 대목을 이야기하면서 고통스러운 듯 짧게 숨을 골랐다. 그는 이날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안대와 광주교도소에서 당했던 고문수사 행위를 고발했다. 5월19일부터 21일까지 차를 타고 돌며 군인들의 만행을 규탄하는 거리방송을 했던 그는 23일께 붙잡혀 보안사령부(현 기무사) 광주505부대 지하실로 끌려갔다.

차씨는 광주 505보안대(10일간)와 상무대 영창(3~4일)을 오가며 고문을 당했다. “하얀 속옷이 까만 잉크색으로 변하도록 살이 터져 피가 흘러 나와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었습니다.” 보안대 수사관들은 협박도 일삼았다. “‘너같은 것들은 죽어도 총 몇발 쏴서 그 때 현장에서 총 맞아서 죽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공포감을 줬어요. ‘아, 정말 이렇게 죽는구나’하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포기했어요.”

80년 5·18항쟁 ‘가두 방송’ 주인공 차명숙(57·대구경북 5·18동지회장)씨가 80년 5월 당시 차량을 타고 가두방송을 하고 있다. 차씨는 왼쪽에서 세번째. 차명숙씨 제공
80년 5·18항쟁 ‘가두 방송’ 주인공 차명숙(57·대구경북 5·18동지회장)씨가 80년 5월 당시 차량을 타고 가두방송을 하고 있다. 차씨는 왼쪽에서 세번째. 차명숙씨 제공
고문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광주교도소로 이감된 그는 그해 9월30일 오후 5시께 교도관 세 명에 의해 끌려 나가 일주일동안 끔찍한 고문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10월2일부터 31일까지 “자살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혁시갑’을 채워 30일동안 징벌방에 감치됐다. 차씨의 수감기록선 징벌방 감치처분 이유는 ‘광주교도소 여사 1호실에서 동료에게 (여수·순천·제주사건 등) 불온언사를 발언했’기 때문으로 돼 있다.

하지만 차씨를 고문했던 진짜 목적은 5·18민주화운동을 북한과 엮으려 했던 정치적 의도였다는 의혹이 높다. 차씨는 “당시 제주 4·3이 뭔지 여순사건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도 ‘너의 배후에 누가 있느냐?’고 계속 물었어요. 나도 (시나리오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 중의 한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방 안에서 자지 못하고 거실에 형광등을 켠 채 눈을 붙여야 할 정도로 폐쇄공포증이 심각한 상태다. 차씨는 이날 “두 아들이 ‘엄마 하고 싶으시면 하세요. 지금이라도 엄마 가슴 깊이 있는 것 다 털어놓으시라’고 해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차씨는 계엄법 포고령 위반 등의 혐의로 군사법정에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81년 12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중 남편을 만난 그는 1989년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 전라도 홍어를 주로 파는 ‘행복한 집’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5·18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에 따라 출범할 진상규명위원회가 고문 수사 문제의 진실을 꼭 밝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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