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성남시장 후보인 은수미(54) 후보가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기사와 차량 유지비를 지원받았다고 폭로한 운전기사 최아무개(38)씨가 은 후보의 기사를 그만둔 직후 성남시청 공무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성남시장은 은 후보와 같은 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였기 때문에 최씨의 채용이 공정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최씨는 지난해 7월7일 성남시청 대중교통과에서 공고한 계약직 공무원 모집에 응시했고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을 거쳐 지난해 9월3일 ‘시간선택제 임기제 마급’(9급 공무원 상당)으로 채용됐다. 당시 성남시는 16명의 공무원을 채용했는데, 지원자는 모두 104명(경쟁률 6.5 대 1)이었다. 최씨는 대중교통과 버스행정팀에 배속돼 현장 단속이나 민원 처리를 맡아왔다고 시는 밝혔다. 성남시의 공무원 채용 공고가 난 것은 최씨가 은 후보 기사를 그만둔 지 2달 만이며, 선발된 것은 4달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후보의 자칭 ‘운전기사’로 일했던 최아무개씨가 보고 지원했다는 성남시 계약직 공무원 모집 공고. 성남시 제공
최씨가 성남시에 채용된 시기와 관련해 채용 과정이 공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은 후보는 2016년 4월 총선에서 성남시 중원구의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리고 2016년 6월~2017년 5월 최씨가 운전하는 차량을 공짜로 이용했다. 이어 2017년 6월~2018년 3월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냈다. 따라서 채용 공고와 채용 시기는 은 후보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던 시절이었다. 또 당시 성남시장은 같은 당 소속의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 후보였다.
최씨는 은 후보 의혹을 폭로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성남시에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으나, 2일까지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는 “최씨는 모집 공고에 의해 채용된 2년 계약직이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며 연봉은 1500만원가량 된다. 채용 과정에서는 5명(외부인사 4명, 성남시 공무원 1명)이 면접을 했고, 청탁 등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성남시 계약직 공무원 합격자 발표 공고문, 은 후보의 운전기사로 일하며 조직폭력배 출신 기업인한테서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고 폭로한 최씨는 104명이 지원한 시험에서 6.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성남시 제공
이에 대해 은 후보 쪽은 “최씨가 자원봉사(운전)를 그만둔 때는 2017년 5월이 아닌 4월이었다. 당시 최씨는 ‘정규직으로 일하기 위해 그만둔다’고 말했고, 그 뒤로 일절 연락이 없었다. 인사청탁 의혹 제기는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은 후보는 지금껏 “최씨는 자원봉사자였고,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가 운영하는 기업에서 돈을 받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앞서 최씨는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년 동안 은 후보의 운전기사로 일하며 월급 200만원과 기름값·차량 유지비 등을 성남시의 한 기업에서 받았다. 그러나 2016년 12월부터 지원을 받지 못해 그만뒀다”고 지난달 26일 폭로했다. 이 기업은 성남의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출신인 이아무개(38)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됐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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