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시민단체가 경찰의 폭력 과잉진압을 항의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부산의 시민단체가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우려 했던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갈 곳을 모르고 서 있다. 시민단체는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울 수 없다면 근처에라도 남겨두겠다는 의견이고, 정부는 총영사관 근처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양자는 협의를 할 계획이지만,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3일 부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이제서야 부산시와 동구가 노동자상 설치와 관련해 협의를 하자고 한다. 그러나 다른 곳으로 노동자상을 옮길 뜻이 없다. 이곳에 세울 계획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부산시 등과 협의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40여m 떨어진 인도 위에 서 있다. 경찰은 1개 중대로 노동자상을 둘러싸고 있다.
이곳 도로의 관리를 맡고 있는 동구는 일단 시민단체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동구는 “일본총영사관 앞 도로 관리 업무는 동구에 위임돼 있지만, 결국 외교부와 부산시가 풀어야 한다. 이른 시일 안에 외교부, 부산시와 함께 시민단체와 협의하겠다. 그때까지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노동자상을 옮기지 않고 현 위치에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는 일본총영사관 근처에 노동자상을 두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한-일 간의 외교 분쟁을 우려해 처음부터 일본총영사관 앞 설치를 반대했다. 이날 오후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노동자상 건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활동은 관련 법령과 외교 공관의 보호 관련 국제 관행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민단체와 외교부 사이의 의견이 크게 갈려 양자간 협의가 시작돼도 헛돌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편,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노동자상 건립 시도 과정에서 경찰이 폭력적으로 시민들을 진압했다”고 비판했다. 건립특위는 이날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일 경찰은 노동자상을 세우려는 시민들을 깊이 10m의 도시철도 환풍구 위로 끌어냈고, 가게의 대형 유리창 쪽으로 밀어붙였다. 대형 참사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은 “지난 1일 일본총영사관 근처 집회는 불허된 상태였다. 시민들이 집회 금지 구역으로 밀고들어와 이를 막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충돌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김영동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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