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시청 이전을 반대하는 기획재정부와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옛 경북도청 자리로 이삿짐을 절반 이상 옮기자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구)이 크게 반발하면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곽 의원이 정면으로 맞섰다.
곽 의원은 3일 “경북도청 이전 터에는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키울 장기발전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금싸라기 같은 땅에 시청을 옮긴다는 건 어림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권 시장은 “특정 국회의원이 지역구민의 이해관계로 (시청이전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2016년 2월 대구 북구 산격동에 있던 경북도청이 경북 안동으로 옮겨가면서 ‘대구시청 이전’은 시작됐다. 권 시장은 그해 6월부터 중구 동인동 도심지에 위치한 대구시청을 옛 경북도청 자리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 일자리본부, 미래본부, 건설교통국, 도시재창조, 감사관실 등 대구시 전체 조직의 50%가 넘는 38개 부서 직원 916명이 옮겼다. 여기에다 오는 6∼7월 경북도청 터 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경북경찰청이 안동으로 이전하면 이곳에도 대구시청의 일부 부서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옛 경북도청 터는 14만2천여㎡로 도청, 교육청, 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들어서있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경북도청이 옮겨간 금싸라기 땅에 대구시청을 옮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곽상도의원실 제공
대구시청 이전은 2017년 대구시가 도청 터를 사들이겠다며 기획재정부에 국비 100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기재부는 우여곡절끝에 211억원을 대구시에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돈은 전달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올해에도 대구시의 1000억원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기재부는 “정부가 주는 돈으로 지방자치단체 청사를 건립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대구시는 옛 도청 터와 건물을 매입하려면 2252억원이 필요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곽 의원도 “대구시청이 옛 도청 자리로 이전하면 도심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시청 이전을 반대한다. 이에 문화·기술·경제융합혁신지구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지난 2일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봄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시청 재건축을 어디에 할지 여부는 대구시민이 결정한다. 기재부가 된다 안된다 할 수 없다, 오만방자한 처사다. 또 특정 국회의원이 방해할 일이 아니다”며 시청 이전을 반대하는 기획재정부와 곽 의원을 싸잡아 강도높게 비난했다. 권 시장은 이어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면 시민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시청 이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견수렴도 없이 이미 절반 이상을 옮겨놓지 않았느냐. 뒤늦게 공론화위원회를 열겠다는 의도를 알 수 없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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