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자 전두환씨가 23년 만에 다시 기소됐다.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3일 광주지검 형사1부(부장 이정현)는 전두환씨를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씨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전씨를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고, 이를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조 신부와 5·18 희생자,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드뉴스] 전두환 회고록에 담긴 5·18에 관한 5가지 거짓말
전씨는 자신의 <전두환 회고록>에서 1980년 5월21일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 신부의 증언을 두고 “가짜 사진까지 가져왔다. 가면을 쓴 사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전씨는 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는 검찰의 통보를 두 차례 받고도 “사실에 근거해 회고록을 썼다”는 진술서만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육군의 공격용 헬기가 광주시민을 향해 사격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5·18기념재단 제공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5·18 관련 수사·재판 기록,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 참고인 진술 등 방대한 자료들을 조사해 전씨의 회고록 내용이 허위이며 조 신부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이 이번에 확인한 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는 시민을 향해 헬기사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고 실제로 헬기에서 총격이 이뤄졌다고 기록돼있다. 지난 2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도 지난 2월 5·18 당시 육군의 공격용 헬기가 시민을 향해 사격을 했고 공군 군용기도 폭탄을 장착한 채 출격 대기했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따라서 검찰은 전씨가 당시 광주의 진압 상황을 보고받았고, 헬기 사격을 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전씨가 소환 조사에 불응하고 있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점을 고려해 추가로 소환하지 않고 바로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씨가 법정에 다시 서는 것은 지난 1995년 12·12 군사반란, 5·18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23년 만이다. 이번 재판은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