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에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찰이 감시하고 있다.
정부가 시민단체의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는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름으로 공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선 “외교공관에 대한 국제적 예양과 국내법 등을 고려할 때 현재 노동자상 위치보다는 희생자분들의 추모와 후세의 역사교육에 더욱 부합하는 장소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남북정상회담으로 시작된 큰 변화 속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국민·사회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할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일제 강점기에 자행됐던 가슴 아픈 일들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불행한 역사로 고통받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정한 화해와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제징용이라는 참혹한 역사를 잊지 말고 직시하자는 의미에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하자는 취지도 공감한다”면서도 “추진단체와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지만 (노동자상 설치 장소 선정에)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노동자상 설립 추진단체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노동자상이) 의미 있는 장소에 설치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현재 노동자상은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40여m 떨어진 인도 위에 서 있다. 이곳 도로 관리를 맡고 있는 부산 동구는 이날 시민단체 쪽에 노동자상을 자진 철거하고 도로 원상회복 계고장을 보냈다. 23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구청이 대신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들어간다.
전쟁범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뜻에서 지난해 9월부터 노동자상 건립을 추진했던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지난 1일 일본총영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건립하려다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맞서오다 '현 위치에 설치'를 선언했다. 김병준 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 집행위원장은 “노동자상은 현재 위치에서 1㎜도 옮길 수 없다. 내부 회의 뒤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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