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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달걀 폭행’과 제주 2공항 건설, 사실은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8-05-20 10:42수정 2022-08-19 14:28

친절한 기자들
허호준 사회2에디터석 기자 hojoon@hani.co.kr
지난 14일 제주시 중앙로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제2공항에 반대하는 주민이 원희룡 무소속 후보에게 달걀을 던지고 있다. <제주의 소리> 영상 갈무리
지난 14일 제주시 중앙로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제2공항에 반대하는 주민이 원희룡 무소속 후보에게 달걀을 던지고 있다. <제주의 소리> 영상 갈무리

지난 14일 제주시에서 열린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제2공항에 반대하는 주민이 원희룡 무소속 후보에게 달걀을 던지고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토론회장에 있던 참석자들도 앞줄에 앉았다 갑자기 단상으로 다가가 달걀을 던지는 이 주민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이 주민은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김경배(51)씨입니다. 김씨는 참가자들에게 제지당한 뒤 자해했습니다. 2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은 김씨는 2주 정도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10일부터 제주도청 앞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에서 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무려 42일 동안 단식투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후보 면전에 날달걀을 던지는 등의 행동은 제주지역 선거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원 후보는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16일 선거운동에 복귀한 원 후보는 첫 일정으로 김씨를 병문안했습니다. 김씨와 원 후보는 서로 미안해했다고 합니다. 앞서 원 후보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그분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쾌유를 기원한다”고 썼습니다.

김씨는 왜 날달걀을 들어야 했을까요?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11월10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를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선정했습니다. 부동산값 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주민들과는 사전에 전혀 상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었고 발표였습니다. 마치 강정마을 해군기지 결정 과정과도 같았습니다.

정부 발표와 함께 당시 원 지사는 도의장과 함께 공동담화문을 통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 ‘제주를 미래로 이끌 제2의 전환점’이라며 환영했습니다. 이틀 뒤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비롯해 여러 행정절차가 빨리 진행될 수 있게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로 뒷받침해달라”고 요청하고, 제주도청 현관에는 제2공항 건설 환영 펼침막을 내걸었습니다. 각종 단체는 환영 성명을 쏟아내는 등 여론몰이가 거셌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주민들의 입장은 달랐죠. “우리가 왜 관광객을 위해 희생돼야 하느냐”, “고향을 떠나 어디 가서 농사를 지으란 말이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제주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마을에서는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생계를 접고 반대운동에 나선 주민들도 있습니다. 김씨도 그들 가운데 한명입니다.

제주도와 개발론자들은 관광객 급증으로 제주국제공항이 한계치에 이르렀으니 좀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고, 도민들의 뭍나들이에 편의를 주기 위해 제2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항이 건설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이고, 경제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요즘처럼 단체수학여행단이 몰릴 때는 비행기 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제2공항 반대운동을 벌일 즈음,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주민 생활권이 침해당하는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덴마크 코펜하겐, 필리핀 보라카이섬 등 세계 유명 관광지들이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독자분들도 알다시피 제주도는 국내 최대의 관광지이자 최근 몇 년 동안 이주민이 급격히 증가한 곳입니다. 기자 생활 초기인 1990년 제주도 인구 51만4천여명에서 지난해 67만8천여명으로 32%나 늘어났고, 이 기간 관광객은 299만2천여명에서 1475만3천여명(사드 파문이 없었던 2016년에는 1585만2천여명)으로 무려 5배가량 불어났습니다. 그러나 하수처리장과 쓰레기매립장은 주민과 관광객 급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심각한 교통난, 일부 지역의 상수도 문제 등 각종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세계지질공원과 람사르 습지가 있는 곳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네스코의 이런 타이틀을 한꺼번에 가진 지역은 없습니다.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제주섬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관광산업도 우리의 재산입니다. 제2공항 문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한겨레> 사회2부 소속으로 제주지역을 맡고 있는 허호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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