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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그 해 오월 ‘광주 탈출’의 첫 고백

등록 2018-05-21 16:29수정 2018-05-21 20:26

전라도닷컴, 책 <스무살 도망자> 펴내
27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집담회
전라도닷컴이 낸 <스무살 도망자> 표지.
전라도닷컴이 낸 <스무살 도망자> 표지.
스무살 아름다운 봄날, 군홧발 소리가 우레를 치듯 도시에 밀려들었다. 1980년 5월, 광주엔 죽음이 넘쳐났다. 5월21일 시위에 참여했다가 계엄군의 집단발포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시위대의 참혹한 주검을 목도한 뒤 자진해서 총을 든 시민군이 되었다. 지원동 경계초소를 지키던 날 밤의 공포와 두려움, 그 다음날 거리로 나섰을 때 맞닥뜨린 주먹밥 아주머니들과 시민들의 격려….하지만 그는 끝까지 도시를 지키지 못했다. 아들을 찾으러 온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광주를 빠져 나갔다.

‘그해 오월 광주 엑소더스 첫 고백’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스무 살 도망자>(전라도닷컴 냄)라는 책이 나왔다. 당시 광주로부터 도피했다는 부채의식을 안고 살아온 김담연(필명)씨가 37년여 동안 마음 속에 두고 있었던 무거운 짐을 고백의 형태로 내려 놓았다.

김씨는 스무살 대학 신입생 때 오월을 맞닥뜨렸지만 도망자가 됐다. 도망자가 돼 고향으로 돌아간 바로 그날 밤, 스무 살 청년은 자살을 기도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하지만 5월 이전과 이후, 자살 기도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는 없었다. 김씨에겐 ‘도망자라는 것도, 자살하려 했다는 것도, 세상 어디에도 발설할 수 없는 상처와 부끄러움’이 되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혼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끄집어낸 실마리가 된 것은 영화 <택시운전사>였다. 영화에서 송강호(김사복)가 서울로 되돌아가기 위해 달리던 비포장 길은 피를 흘리는 광주를 뒤로하고 그가 고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송강호의 택시 뒷좌석에 그 해 5월의 내가 타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본 뒤 그는 그의 경험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저자 뿐 아니라 5월의 도망자라는 부채의식은 많은 이들에게 이후 삶을 정직하게 사는 다짐이 되기도 했다. 27일 오후 2시 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80년 5월 광주 탈출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자리로 꾸려진다. ‘그해 오월, 광주 엑소더스를 말한다’를 주제로 여는 대담의 진행은 황풍년 전라도닷컴 발행인이 맡는다.

4명이 차례로 오월의 기억을 풀어 놓는다. 송선태(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준비자문위원)씨의 ‘오월 역사의 마지막 퍼즐, 광주 엑소더스’, 이형석(당시 조선대 1학년)씨의 ‘광주대탈출의 기억과 오랜 부채감’, 신충균(당시 서강고 2학년)씨의 ‘원피스를 입으라며 눈물로 애원하던 어머니’, 김창승(당시 전남대 3학년)씨의 ‘죽음만큼 두려웠던 터미널 화장실’ 등이다. 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이 책을 실마리 삼아 ‘광주 엑소더스’의 더 많은 진실과 상처들이 밝혀지고 위무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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