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현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이 30일 충북도청에서 박경국 자유한국당 후보 쪽 핵심 관계자가 신용한 바른미래당 충북지사 후보 쪽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지사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정무부지사 매수설’이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당은 물론 후보 사이의 골도 깊어지면서 야권 단일화 얘기는 사실상 물을 건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는 30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도가 유망한 한 젊은 정치인을 ‘정무부지사’라는 당근을 매개물로 주저앉히려 했던 박경국 후보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박 후보 쪽이 건넸다고 주장한 에이(A)4 용지 4장 분량의 관련 문건도 공개했다. 안창현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달 중순 박 후보 쪽 핵심 관계자가 이 문건을 우리당 신용한 충북지사 후보 쪽에게 건넸다. ‘정무부지사 매수설’ 등 논란이 일자 이 문건을 회수해 갔지만 당시 복사해 둔 것을 오늘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는 ‘단일화 결과로 양보한 후보를 일종의 러닝메이트로(예:정무부지사)’, ‘미래당에게 향후 행정 경험 축적이 다소 유리함’, ‘상대 후보 캠프 약간 명을 선거 결과에 따라 공직에 참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창현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건 단일화 협상을 위한 제안이 아니라 정무부지사 등 자리를 매개로 상대 후보를 드롭(출마 포기)시키려는 뜻을 담은 매우 불쾌한 문건이다.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 충북지사 후보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전체 후보를 죽이는 내용으로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경국 후보 쪽 박한석 대변인은 “적어도 캠프안 공식 조직 안에서는 모르는 문건이다. 문서를 작성했다면 누가 했는지, 또 누가 건넸는지 전혀 모르는 일이다. 박 후보도 이런 문건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캠프 차원에서 누가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용한 바른미래당 후보는 “박 후보 쪽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랐는데 결국 문제를 키우고 있다. 문건에 적힌 내용을 전해 듣고 어이가 없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너무 기가 막혀서 없던 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정무부지사 매수설’에 대한 진실 공방은 선관위 조사로 옮겨가게 됐다. 안창현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대변인은 “우리가 확보한 증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겠다.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신용한 후보도 “이 문제가 불거진 뒤 선거운동을 못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에서 조사를 하는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생각이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 왔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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