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봉 농업생태공원을 지키는주민협의회’ 회원과 주민 50여 명은 2일 광주시 북구 일곡동 한새봉 개구리 논에서 토종벼 손 모내 행사를 했다. 한새봉 두레 제공
도심에서 도로 개설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던 주민들이 생태·환경운동 관점에서 시작한 도시 벼농사를 10년 째 이어오고 있다. 손 모내기로 벼농사를 하는 주민들은 이제 마을 숲과 습지, 생물 종 다양성 등에 관심을 갖는 등 새로운 주민 생태·환경운동의 본보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주민 생태·환경모임 한새봉 두레와 광주·전남녹색연합 등 7개 단체가 참여하는 ‘한새봉 농업생태공원을 지키는주민협의회’는 2일 광주시 북구 일곡동 한새봉 안 ‘개구리 논’에서 토종벼 손 모내기 행사를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손 모내기 행사엔 회원과 주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논 2644㎡(800평) 가운데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은 논 661㎡(200평)에서 모내기를 했다. 이들은 낮 2시까지 손으로 직접 모내기를 한 뒤, 개구리 논 주변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2일 광주시 북구 일곡동 한새봉 개구리 논에서 열린 토종벼 손 모내기 행사엔 어린이들도 참가했다. 한새봉 두레 제공
한새봉 주민들의 손 모내기 행사는 올해로 10년 째다. 주민 100여명은 2009년 일곡지구라로 불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옆 산 한새봉에 있는 2644㎡(800평) 규모의 논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그리 크지 않는 이 논의 별칭이 ‘개구리논’이다. 2009년 한새봉을 관통하는 북부순환도로 개설에 반대했던 주민들은 생태·환경을 생각하는 주민 모임 ‘한새봉 두레’를 결성한 뒤 개구리 논에서 쌀농사를 지어왔다. 주민들은 평생 농사를 지었던 주민 박복규(90) 어르신한테서 쌀 농사를 배웠다.
2일 광주시 북구 일곡동 한새봉 개구리 논에서 열린 토종벼 손 모내기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한새봉 숲과 습지를 살리자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새봉 두레 제공
주민들은 2015년부터 개구리논에 일반벼 대신 토종벼 재배를 시작했다. 토종벼란 일제 강점기 때 육종법이 들어오기 전까지 농부들이 심어오던 재래종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엔 보관돼 있는 토종벼는 450여 종에 이른다. 한새봉 두레 김영대(37) 개구리논 팀장은 “주민들과 함께 개구리논 경작을 하면서 한새봉 숲과 습지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또다시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북부순환도로 개설 문제도 주민들과 힘을 모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박광래 박사도 “개구리논엔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찾아와 먹이활동을 하고 멸종위기종인 도롱뇽이 서식한다”며 “대도시 한 복판에서 주민들이 직접 논을 유지해오고, 도시민들이 벼가 자라나는 환경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개구리논의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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