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6일 질병관리본부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을 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다섯달 동안 국내 말라리아 발생 환자 수는 모두 10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2명과 견줘 75%(47명)나 증가한 것이며, 6월 들어서도 벌써 7건이나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지난 5일까지 발생한 환자 116명 가운데 경기 62명, 서울 17명, 인천 15명 등으로 환자의 81%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시·군 별로는 북한과 인접한 양주 15명, 파주 8명, 고양 8명, 연천 6명, 김포 4명 등 경기 서북부지역에서 환자가 주로 발생했다. 말라리아 환자는 주로 6∼9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해, 앞으로 환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2013년 445명에서 2014년 638명, 2015년 699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2016년 673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지난해 봄철 가뭄의 영향으로 515명까지 줄었다. 말라리아 환자가 2013년부터 증가세를 보인 것은 2012년부터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에 대한 말라리아 지원사업이 중단돼 남북 공동방역 등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말라리아 환자가 지난해보다 많은 이유는 가뭄이 심했던 지난해와 달리 봄철에 비가 자주 내리면서 말라리아 매개 모기 유충의 서식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말라리아 환자 발병은 기후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에는 가뭄으로 매개 모기 유충의 서식처인 웅덩이가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각 시·군과 협력해 집중 방역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열대지방에서 발생하는 열대열 말라리아와 달리 고열과 오한·무기력증 등 감기와 유사한 증세가 3일 간격으로 나타나는 삼일열 말라리아가 대부분이다. 치사율은 열대열 말라리아처럼 높지 않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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