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당시 막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군산시 라이브카페 비상구. 사진 이정하 기자
33명의 사상자를 낸 전북 군산 라이브 카페 화재 사고에서도 비상구가 막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구조대원들이 빠른 응급처치를 취하지 못해 시민들이 직접 피해자 구조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왔다. 화재 관리 및 초기 대응을 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화재 사고를 목격했다는 김아무개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화재가 난 가게에서 카센터 쪽으로 나오는 비상구가 막혀 있었다. 시민 여러 명이 달려가 장애물을 치우고 문을 열어 사람들을 꺼냈다”고 했다. 화재 현장은 모두 3곳의 출입구가 있는데 불이 난 주출입문과 옆 카페로 이어진 1곳, 또 다른 하나는 카센터 쪽으로 나 있었다. 그런데 카페 쪽 비상통로엔 집기류가 쌓여 있었고, 카센터 쪽 비상구 앞에는 카리프트 받침대가 문을 막고 있었다는 것이다. 화재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이 받침대를 치우지 않았더라면 하다터면 더 많은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웃 주민들은 불을 지른 용의자 이 아무개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피해자 1명이 몸에 불이 붙어 주출입구로 뛰어나온 것을 제외하면 구조된 사람들 대부분이 바로 이 카센터 쪽 비상구로 나왔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소방청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소방청 조사에선 받침대가 아니라 차를 들어올릴 때 사용하는 카고 크레인이 비상구 근처에 있었으나 1.2m 거리에 있어 비상구를 여는 데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여러 사람이 나오는데 방해가 되므로 크레인 일부를 치웠다고 들었다. 인명피해를 키웠던 것은 비상구가 막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비상구 쪽으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병목현상을 빚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다르게 설명했다.
화재 당시 비상구가 막혀 있었는지는 앞으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제천 화재참사 이후 소방청은 다중이용업소 피난시설관리를 강화해왔다. 정부는 건물 비상구 폐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까지 추진해왔다. 군산 라이브카페에서 비상구가 막혀 있었다면 주인과 관할 소방서는 문책을 당할 수 있다.
또 작은 규모의 다중이용업소라고 하더라도 스프링클러 설치 등 소방시설 설치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재가 난 군산 주점은 238㎡ 규모의 유흥주점으로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되지만 바닥면적이 1000㎡가 되지 않고 지상에 있다는 이유로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조차 면제됐다.
한편 주민들 중에는 초기 구조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화재가 난 곳 바로 앞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한 주민은 “카센터 쪽으로 나온 사람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 있는데도 구급대원들이 모자라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자신의 차나 택시, 버스까지 불러 사람들을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고 했다.
방화 용의자 이아무개(55)씨가 미리 준비한 인화물질을 주점 입구에 뿌리고 불을 지른 시각은 17일 오후 9시 53분. 소방청 상황실엔 첫 화재진압대가 9시 57분에 도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때 화재 피해자들은 하나둘 입을 막고 밖으로 나왔다. 시민들은 도로 위에 쓰러져 신음하는 피해자들을 부축해 구급차에 태우기도 했다. 한 버스기사는 화재현장에 차를 세우고 시민들을 직접 병원으로 실어나르기도 했다. 시민과 버스 운전기사의 빠른 도움으로 30여명의 부상자들은 군산의료원과 동군산병원, 원광대병원 등으로 신속히 옮겨졌다.
18일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군산 사고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한편 이 주점에 불을 지른 이 아무개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이 주점을 방문해 한 차례 외상값 문제로 주인과 시비가 붙은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날 밤 8시께 인화물질이 담긴 20ℓ짜리 석유통을 들고 주점 앞 사무실을 찾아가 근처를 배회하다가 1시간50분 가량 지난 밤 9시53분께 범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선원일을 했던 이씨는 선박에서 보관중이던 유류를 가져와 주점 출입구에 뿌린 뒤 자신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불은 내부 인화성 물질에 옮겨 붙으며 삽시간에 주점 내부로 번져 피해가 컸다. 사망자 3명은 모두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숨졌고, 나머지 중경상자 30명도 상당수가 질식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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