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재 전북도소방본부장이 19일 오후 전북지방경찰청에서 군산화재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개그맨 김태호(본명 김광현)씨가 전북 군산 주점 방화사건으로 숨진 사실이 밝혀지는 등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군산시 장미동 주점의 화재는 지금까지 사망자 3명, 중경상자 30명으로 모두 33명이 피해를 입었다. 군산소방서 등이 파악한 자료에는 사망자 3명 중에서 개그맨 김태호씨는 주소지가 경기도 광명시, 장아무개(47)씨는 군산 개야도, 김아무개(57)씨는 서울로 파악됐다. 피해자 33명 중에서 주소지가 28명이 군산이고, 나머지는 경기 3명, 서울 1명, 대구 1명이다.
개그맨 김씨는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18일 군산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연예인자선골프대회에서 시상식 2부 사회를 맡기로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행사 전날 밤 이곳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 70여명과 일반인 200여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1부 시상식에 이어, 2부 사회는 숨진 김씨 대신 개그맨 강성범씨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야도 출신 장아무개씨는 아내 엄아무개씨 및 절친한 지인 장아무개씨와 함께 회포를 풀려고 이 주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아내 엄씨와 지인 장씨는 119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됐지만, 남편 장씨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 엄씨는 처음에 원광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심해 지난 18일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에서 왔다가 숨진 김아무개씨는 일반 시민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불이 났을 당시 처음에는 주점 손님 대부분이 군산시 옥도면 개야도 주민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개야도는 군산항에서 22㎞ 떨어진 섬으로, 방화 용의자 이아무개(55)씨의 주소지이기도 하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중경상자 30명 가운데 17명이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소방본부는 중경상자 30명 중에서 홀안에서 발견된 17명이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병원 쪽에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중에서도 전신에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은 응급환자는 서울과 대전의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1∼3명은 상태가 매우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번 방화로 온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환자들이 많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지만, 추가로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인택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은 “피해자들 부상상태가 심각해 아직 수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용의자 이씨는 20일 2차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19일 오후 김태호씨 등 사망자 3명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결과, 기도와 폐에서 다량의 그을음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이라고 밝혔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용의자 이씨에 대한 신병도 치료 경과를 확인한 뒤 집행할 방침이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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