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반대 활동에 앞장서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찬성론자들로부터 ‘훼방꾼’이자 ‘골칫덩이’로 눈총을 샀던 이항진(53·사진) 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이 경기도 여주시장을 당선됐다. ‘여주 남한강 지킴이’에서 ‘여주시민의 행복 지킴이’로 변신한 것이다.
이 당선자는 “우리의 삶이 그릇이라면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4대강’과 ‘국정농단’이란 나쁜 내용을 담았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와 상생’을 담았다”며 “저는 이제 이 그릇에 시민의 행복과 소통을 담아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야학교사를 하며 학생운동 했던 이 당선자는 노동현장에서도 활동했다. 결혼한 뒤 1991년 부인 이병시씨의 고향인 여주에 정착했다. 커피숍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적잖은 돈도 모았지만, 쓰레기매립장 건립과 골프장 난립 등의 지역 현안을 외면할 수 없어, 활동가의 길로 다시 들어섰다. 2004년부터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을 맡아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하다 온갖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시민운동 자체가 척박한 농촌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니 무기력해질 때도 있었지만, 맑고 깨끗한 여주를 그리며 제도권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주시 의원으로 당선돼 변화하는 여주의 민심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비록 이명박 정권의 폭력으로 진행된 4대강 사업이지만, 현재로썬 이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다만, 4대강 사업의 폐해와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이 사업으로 피해를 본 시민들을 살피고 환경을 복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여주 여강은 우리 시민뿐 아니라 2500만 수도권 시민의 생명수다. 난개발을 막아야 하지만, 내부의 개발수요와 압력을 외면할 수도 없다. 친환경적·균형적 도시개발을 할 수 있는 시정을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경기도에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여주를 위해 섬세한 발전계획을 세워야 하고, 교육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겠다. 교육환경의 질이 곧 삶의 질이라는 말을 되새기기는 시정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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