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문화재단은 20일 러시아 상트대 안 현대조각정원에서 박경리 선생 동상 제막식을 했다. 사진은 러시아에 세워진 것과 같은 모양의 동상. 토지문화재단 제공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1926~2008) 작가의 동상이 러시아 국립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이하 상트대)에 건립됐다.
토지문화재단은 20일 상트대 안 현대조각정원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메딘스키 러시아 문화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경리 선생 동상 제막식을 했다고 밝혔다.
1724년 세워진 상트대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대학으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과 현 푸틴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하다. 특히 동상이 들어선 동양학부 건물은 본관과 더불어 이 대학을 상징하는 곳이다. 동양학부는 고종황제 말기인 1897년부터 1917년까지 한국인 통역관 김병옥이 유럽권 최초로 한국어를 강의한 곳이기도 하다. 상트대는 2017년 1학기부터 동양학부에서 박경리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동상 건립은 한·러 문화외교사업의 하나다. 러시아는 ‘국민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 동상을 서울에 건립해달라고 요청했고, 한국은 2013년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서 푸틴 대통령이 참석 속에 푸시킨 동상 제막식을 했다. 박경리 작가 동상 러시아 건립은 이에 대한 러시아의 화답이다.
러시아 동상은 원주와 통영, 하동에 세워진 모양과 같다. 모두 서울대 권대훈 교수의 작품이다. 지난해 9월 항공편으로 운송돼 상트대에 전달됐다.
동상은 같은 형태지만 러시아 동상에는 박 작가의 시 <삶>의 마지막 시구인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가 한글과 러시아어로 새겨져 있다. 원주 동상에는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통영·하동 동상에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가 새겨져 있다.
박경리 작가의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같은 형상을 갖춘 작가의 동상이 러시아·원주·하동·통영 등 네 곳에 건립됐다. 동상 건립을 계기로 이 장소들이 하나의 문화적 벨트가 형성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