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자. 울산 ‘시민소통위원회’ 제공
8전 9기 신화의 주인공 송철호(69)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당선자는 의외로 행정의 안정성과 예측성을 강조했다. 20년 이상 자유한국당 계열의 보수당이 장악해온 울산시를 혁신하겠다고 할 만도 한데, 그러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7일 송 당선자는 “김기현 현 울산시장이 추진해온 사업 가운데 4차 산업 육성은 울산의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계승해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는 “행정은 안정성과 예측성이 중요하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전임자가 추진했던 중점 사업을 뒤집는다면 누가 행정을 신뢰하겠냐”고 물었다. 다만 “현재 울산시가 추진하는 사업이나 행사 가운데 충분한 검토 없이 입지를 선정한 중소 규모 산업단지 건설이나 보여주기 위주의 축제는 시민 눈높이에 맞춰 과감히 손질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산하기관의 인사와 조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순리대로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송 당선자는 “서두르지 않고 실태를 살펴가면서 순리대로 하겠다. 공약 실현을 위한 새 조직을 만드는 일도 전체 판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처음으로 울산시 행정을 맡게 됐지만, 급격한 변화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공무원들이 면피성 보신책으로 일하거나 법령과 규제에만 얽매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에 따른 논공행상 인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그 연장선상에서 울산시민이 선택한 새 지방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지점이다. 행정 개혁은 공무원 내부로부터의 혁신과 역량 강화를 통해 추진하고, 인사는 능력과 자질에 따라 적재를 적소에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산하기관이나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선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기관은 상당히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필요 이상으로 비대하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조직엔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기관장 교체는 “순리에 따르겠다”면서도 “해당 직원들의 의견과 감사 자료 등을 참작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안정적이고 순리대로 울산시를 이끌기 위해 송 당선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통’이다. 그래서 인수위원회 이름도 ‘시민소통위원회’로 정했다. 그는 “소통은 내 임기 중 울산시정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송 당선자는 “울산은 그동안 일방통행이 심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개혁의 출발이고, 적폐를 근절하는 궁극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시민이 주인 되는 시민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취임하면 바로 ‘시민신문고위원회’를 만들어 잘못된 규제나 시대에 맞지 않은 법령·제도 등을 시민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소통과 관련해 그는 시민 참여형 협치를 하는 ‘노사민정 화백회의’ 구상도 내놓았다. 그는 “기존 노사민정위원회의 형식적인 운영에서 탈피해 노사 갈등을 화합과 상생으로 풀어나갈 협의 틀을 만들겠다. 전문가와 현장 시민사회운동가를 고루 참여시키고, 의사 결정 방식도 다수결 대신 ‘숙의 민주주의’를 통한 합의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송 당선자는 다음달 2일 취임하면 가장 먼저 “청와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을 방문해 지역의 현안 사업부터 챙기겠다”고 했다. 인권변호사로 함께 활동한 문재인 대통령 등 중앙정부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지지부진한 현안 사업들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대표적 현안은 혁신형 공공병원과 국립산업박물관, 외곽순환도로 등 3가지다. 그는 “울산은 광역시가 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광역시에 걸맞은 복지 서비스나 기반시설은 아직도 미흡하다. 정부 주도로 외형 성장만 추진하다 보니 쌓인 도시 문제가 복합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따른 진단과 처방도 급선무다.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북방경제협력교류를 위한 기반조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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