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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서로다른 정체성 극복하려면 공동의 공간 만들어야”

등록 2018-06-29 11:44

데릭 윌슨 얼스터대 교수, 북아일랜드 ‘코리밀라’ 활동 소개
학습센터서 가톨릭·개신교인 함께 지내며 협력프로그램 진행
종족·종교따라 엄격히 분리된 학교 통합 등 53년째 화해활동
“사회적 화해에 정치적 요소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
데릭 윌슨 북아일랜드 얼스터대학교 교육학과 명예교수
데릭 윌슨 북아일랜드 얼스터대학교 교육학과 명예교수
27일 접경지역 협력방안 토론회에 참가한 데릭 윌슨 북아일랜드 얼스터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사람들은 서로의 피난처에서 살아간다’는 아일랜드 속담으로 기조연설의 말문을 열었다.

‘코리밀라 공동체-적대세력간 평화협상의 전략’이란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윌슨 교수는 “북아일랜드는 유럽의 ‘종족적 경계’ 지역 중에서도 맨 끝에 위치한 아름답지만 아픈 상처를 가진 섬”이라며 “지금은 정도가 완화되었지만 역사적으로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 민족주의가 대립하고 있는 분쟁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매우 분열된 사회에서는 서로 공유하거나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면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말고는 새로운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70년 넘게 싸우고 갈등해온 남북의 ‘지역적 경계’인 접경지역이 남북이 서로 다른 정체성을 극복하는 공동의 공간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했다.

윌슨 교수는 이날 북아일랜드의 적대세력간 갈등·분쟁과 화해의 역사를 `코리밀라’라는 작은 공동체의 활동 경험을 통해 전달했다.

코리밀라(Corrymeela)는 북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화해단체로 대규모 폭력사태가 발생한 1968년 10월5일보다 3년 가량 앞선 1965년 설립됐다. 북아일랜드 학생과 사업가, 노동조합원, 성직자, 일반인이 화해를 촉진시키기 위해 만든 에큐메니칼 자원봉사 공동체로 가톨릭과 개신교인, 다양한 정치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150명으로 꾸려졌다. 코리밀라의 국제 자원봉사자들은 연간 약 8000시간을 봉사하며, 1만여 명의 국외·현지인을 초청해 ‘함께 잘살기(Living Well Togethe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치된 호스텔을 구입해 만든 코리밀라의 주거 학습센터는 가톨릭과 개신교 학교에서 ‘분리’ 교육을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함께 지내면서 각각의 지역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을 협력해 진행한다. 윌슨 교수는 “코리밀라의 학습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 분열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코리밀라의 설립자 레이 데이비는 2차 세계대전 중 3년간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전쟁포로로 지내면서 다양한 공동체로부터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받는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과거 적대국가였던 독일과 북아일랜드 학생들의 만남을 위해 ‘가정 교환’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레이는 서로 다른 정체성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깊게 배우면서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을 믿었죠. 그리고 분열적 문화에 도전하는 집단이 좀 더 개방적이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윌슨 교수는 “한때 아일랜드의 주된 갈등은 가톨릭 교인과 개신교인 간의 정체성 차이였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 간의 갈등, 특정 신앙을 가진 사람과 무신론자 간의 갈등, 서로 다른 성 정체성과 성별, 그리고 종족적, 정치적, 경제적 배경에 따른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리밀라는 사회적 화해에 정치적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며 “희망이 거의 없는 시대에 담대하게 희망을 품고, 사람들이 상호의존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개방된 공동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밀라 회원들은 1981년 이후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과 문화, 전통을 가진 어린이들이 함께 다니는 통합된 학교를 설립하는 일에 참여해왔다. 그 결과 이전까지는 각각의 종교나 종족에 따라 엄격히 구분되는 학교들만 있었지만 현재는 전체 초등학생의 약 8%가 통합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서귀포/글·사진 박경만 선임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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