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부터 이틀동안 327.5㎜의 폭우가 쏟아진 전남 보성군의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보성군 제공
태풍 쁘라삐룬은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에 한반도 내륙에 상륙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반도 내륙에 들어오면 강한 바람과 최고 400㎜ 이상의 폭우를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틀 동안의 폭우로 남부 지방에선 이미 피해가 발생했고, 1일 임기가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취임을 취소하고 태풍과 폭우 피해 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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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에 327.5㎜ 물폭탄 쏟아져 1일 행안부 쪽의 집계를 보면, 30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강수량은 전남 보성 327.5㎜, 제주(성산) 181.6㎜, 경남 거제 145.5㎜, 남해 141.5㎜ 등이었다. 특히 전남 보성군 복내면의 이날 오전 7시 기준 시간당 강수량이 80㎜에 달할 정도로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날 오전 9시58분 광주시 광산구 송산교 인근 황룡강에서 ㄱ(74)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119가 수색중이다. 이날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에선 산에서 무너져내린 흙더미로 인해 고립됐던 ㄴ(73·여)씨가 119에 구조됐다. 보성읍 ㅅ아파트 두 곳에서는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겨 차량 50여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제주·전남·경남의 주택 15곳과 전남의 농경지 20㏊도 한 때 물에 잠겼다. 이날 새벽 전남 보성군 명봉역 인근 철로가 침수돼 무궁화호 열차가 광주역으로 되돌아갔다.
태풍 피해와 관련해 이날 오후 2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방문해 상황을 보고받은 뒤 즉각 대응체계를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전 경기도 재난상황실에서 취임선서와 함께 재난대비 점검에 나섰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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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에선 취임식 취소하고 태풍 대비 태풍 북상을 앞두고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취임식을 취소하거나 약식으로 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오전 10시50분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곧바로 태풍 대비 재난안전대책회의를 연 뒤 광명시 일대를 방문했다. 오거돈 부산시장도 1일 오전 7시 부산시청 15층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연 뒤 집무실로 이동해 간부들만 참석한 약식 취임식을 열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오 시장은 2일로 예정된 취임식도 취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서울시 상황실을 방문해 호우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1일 광주시청 재난상황실에서 태풍 북상에 따른 재난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광주시 제공
자치단체장들의 발빠른 대처는 폭우 피해가 가장 큰 광주·전남에서 두드러졌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2일 오전 10시 도청 회의실에서 약식 취임식을 열 예정이다. 애초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취임식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2일 시민 초청 취임식을 취소하고 약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도 2일 취임선서만 하고 학교 시설을 점검하기로 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1일 아침 7시 부산시청에서 태풍 북상에 대비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부산시 제공
이밖에 전남지역 시장·군수들도 잇따라 취임식을 취소했다. 권오봉 여수시장, 김철우 보성군수, 김종식 목포시장, 허석 순천시장, 강인규 나주시장, 정현복 광양시장, 명현관 해남군수, 박우량 신안군수, 김산 무안군수, 이동진 진도군수 등 전남 지역 시장·군수들은 취임식을 취소하거나 약식으로 치른 뒤 폭우 피해 현장을 방문했거나 방문하기로 했다.
광주 수원 부산/정대하 홍용덕 김광수 기자,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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